불안이 젖은 옷처럼 달라붙어 있을 때 - 트라우마를 가진 당신을 위한 회복과 치유의 심리에세이
박성미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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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간만에 하루만에 주파한 책이다.
다 읽고 나니 하나의 큰 의문 속에서
몇 가지 작은 의문들이 가지처럼 뻗어나갔다.
“젖은 옷이 몸에 찰싹 달라 붙어 있으면
이걸 과연 오려야 할까 벗겨야 할까?”

세로로 쫙 오려서 몸에서 분리한다면
쉽고 빠른 방법이기는 해도
다시는 그 옷을 입지 못할 것이다.
새 옷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적, 비용적으로
여러 노력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반대로 어떻게든 벗겨서 분리해 낸다면
시간은 좀 걸리고 답답하더라도
벗은 다음 말리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내 옷이 되어 입을 수 있다.
어쩌면,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옷이 젖어 달라붙어 있을 때를 대처하는
나만의 노하우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불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술, 담배, 약물, 성적 유희 같은 방법들이
당장은 내 불안을 없애줄 듯 보이겠지만
상황과 시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인 불안이 또 찾아오면
그때도 저 방법들로 불안을 없앨 수 있을까.

불안의 근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때
그 시발점이 완전히 지우는 게 불가능한 것이라면
기약 없이 수시로 내 기억의 시야에 잡힐 거라면
어르고 달래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는 손실이 덜 가는 방법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 불안을 어떻게 달래고 지냈는지’
불안을 대하는 내 여러 모습도 돌아볼 수 있었다.
어떻게든 외면하려고도 했었고
아예 내 눈을 가려서 불안이라는 존재를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여기려고도 했다.

모든 옷을 똑같은 횟수로 입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정말로 한 번만 입는 옷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불안도
종류와 유효기간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옷처럼 내 마음대로 딱 한 번 입은 뒤
영원히 치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시간과 인내심을 조금은 갖고서
나만의 방법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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