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간만에 하루만에 주파한 책이다.다 읽고 나니 하나의 큰 의문 속에서몇 가지 작은 의문들이 가지처럼 뻗어나갔다.“젖은 옷이 몸에 찰싹 달라 붙어 있으면이걸 과연 오려야 할까 벗겨야 할까?”세로로 쫙 오려서 몸에서 분리한다면쉽고 빠른 방법이기는 해도다시는 그 옷을 입지 못할 것이다.새 옷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적, 비용적으로여러 노력이 들어가게 마련이다.반대로 어떻게든 벗겨서 분리해 낸다면시간은 좀 걸리고 답답하더라도벗은 다음 말리기만 하면언제든 다시 내 옷이 되어 입을 수 있다.어쩌면,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옷이 젖어 달라붙어 있을 때를 대처하는나만의 노하우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불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술, 담배, 약물, 성적 유희 같은 방법들이당장은 내 불안을 없애줄 듯 보이겠지만상황과 시간만 다를 뿐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인 불안이 또 찾아오면그때도 저 방법들로 불안을 없앨 수 있을까.불안의 근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때그 시발점이 완전히 지우는 게 불가능한 것이라면기약 없이 수시로 내 기억의 시야에 잡힐 거라면어르고 달래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장기적으로는 손실이 덜 가는 방법이지 않을까.‘지금까지 내 불안을 어떻게 달래고 지냈는지’불안을 대하는 내 여러 모습도 돌아볼 수 있었다.어떻게든 외면하려고도 했었고아예 내 눈을 가려서 불안이라는 존재를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여기려고도 했다.모든 옷을 똑같은 횟수로 입는 것도 아니고때로는 정말로 한 번만 입는 옷도 있는 것처럼우리가 마주하는 불안도종류와 유효기간이 저마다 제각각이다.그러나 옷처럼 내 마음대로 딱 한 번 입은 뒤영원히 치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면시간과 인내심을 조금은 갖고서나만의 방법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