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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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에세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물론 다양한 사조와 화풍, 그 그림에 스며들어 있는 화가 개개인의 이야기, 당시의 시대상 등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굉장히 유익한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생 경험 더 많이 쌓고 마음 따뜻한 언니의 조언 같은 부분들이었다. (이소호 시인의 <서른 다섯, 늙는 기분>을 읽었을 때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pg.51~52 하는 일에 성과가 없어 힘들어질 때는 아주 간단한 노력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행위에 집중했다. 퍼즐을 맞춘다거나 책을 몇 페이지만 보는 등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식이다. 글을 쓸 경우 단 반 장만 써보기로 다짐한다. (...) 글쓰기의 경우 단번에 만족할 만한 글을 쓰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쓰기 싫은 상태가 이어지니 차라리 엉망인 초고를 쓰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걸 택했다. 며칠 후의 내가 저 글을 고쳐줄 거라 믿고 만족하는 것이다.

pg.67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게 쥐여준 평가 결과가 아닌 '시도' 그 자체로 성패를 가르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매주 한 번 글을 올리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무조건 1승을 거두는 이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pg.120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규칙 중 어떤 것은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일부는 마음을 옭아매거나 지치게 했다. 계획한 일은 그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마음속 질서, 한번 손댄 일은 완벽하게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 때로는 그 원칙 한두 가지 정도 없어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pg.228~229 그렇지는 않다. 라르손의 우울증은 평생 계속됐다고 한다. '가족'과 '가정'은 그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단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는 행복이라는 이름을 놓지 않으려 끝까지 노력했다. (...) 하지만 라르손의 그림을 보며 깨닫는다.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에 인생의 한쪽 끝이 구겨질 수는 있으나, 통째로 손상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책을 읽는 순간순간 생각났다. 리움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실제로 처음 봤을 때, 1시간 정도를 그 그림만 우두커니 바라보며 보냈었다.

그림에 있는 호랑이에 가까이 다가가면 털 한 올 한 올이 머리카락만큼 섬세한 것을 볼 수 있다.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이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가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관조적인 분위기가 있다. 특히 고개와 시선이 정면과 조금 다른 각도라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그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그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자꾸 머릿속에 들어오기도 했다. 어쩌면, 그림 속 호랑이의 범접할 수 없는 용맹함과 고고함이 대학 졸업 이후의 삶이 막연히 불안했던 나에게도 있길 바랐던 것일까.

끝으로, 어떤 주제든 이 책의 구성을 참고하면 에세이 원고를 쓸 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에세이 출간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모범적인 참고서로도 애용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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