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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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읽어가다가

내 마음을 그대로 묘사한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사람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고 빙긋 웃다가도

이 글쓴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 걸 떠올리고 문득 소름이 끼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변화시켜주는, 또는 나로 인해 상대방이 변하는, 그런 걸 뭐라고 하던데.


짐짓 기억 나지 않는 체하는 그 뒷맛이 너무 좋다. 이 책에는 이런 부분이 여러 곳 나온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쓴 체코에 사는 어떤 아저씨가 떠올랐다. 그 아저씨는 55살 먹고 이성 간의 사랑의 본질을 문장으로 써버렸다. 책장을 넘기면서 황당하고 억울했다. 내가 느낀 그것이 나만의 감정이 아니었다니. 스포일러 같았다.(극장 앞에서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쳤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떠오른다.)


'남 얘기' 읽으면서 즐거워지는 순간은 스포일러를 발견할 때다. 정답다. 당신도 그랬군요! 라고 말을 건네는 듯해서.

청춘의 스포일러 같은 책이다. 읽는 동안 미소가 떠올랐다가 한숨이 나왔다가 한없이 정다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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