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통과하는 중 ㅣ HiP 시리즈
허진희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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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후회되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시간은 무조건 흐른다. 과거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하고 그 과거를 붙잡고 있는 시간은 무한히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의미가 있는가? 물리적으로 시간이 흐른다 한들 과거에만 붙잡혀 사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긴다.

그렇기에 간혹 어떤 이들은 과거를 전부 묻어두고 산다. 마치 그 당시 과거의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가끔 애써 잊어둔 것들을 눌러 일깨우려는 사건이나 사람이 등장해도 거리를 두면 그만이다. 하지만 흐린 눈 하며 멀리하기도 힘든 상황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잊고자 하는 과거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왔다면 결국 그 진창같은 과거로 되돌아가고 만다.

<엔딩을 통과하는 중>는 주인공 서이의 과거에만 머물던 다울의 존재를 일깨우며 시작한다. 다울은 서이가 재수 끝에 입학한 모령대에서 마주한 인물이다. 다울을 따라 홀린 듯이 마임 동아리에 들어가고, 못마땅하기만 했던 세상에 무언가 빛이 든다. 하지만 그 빛도 잠시, 서이는 편입 준비로 모령대학교를 떠나고 연락이 끊긴다. 그리고 십여년이 지난 후에 서이는 다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다 미처 보지 못했던 흔적들을 발견한다. 다울이 무대 위에 올라 마임을 마친 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며 입모양으로만 읊조리던 것, 연인인 지강 사이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는 것, 그리고 다울은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했다는 것. 그리고 서이가 애써 붙잡은 과거는 다울에게 또다른 시작이 되어 다른 엔딩으로 향해간다.

<엔딩을 통과하는 중>에서 엔딩은 다울이 죽는 시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이가 진창같던 모령에서 다울을 이끌고 나왔을 때, 다울이 자신의 옛 연인인 지강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과거와 그의 흔적을 모두 묻어두고 나올 때를 의미한다고 본다. 다울에게 있어 지강은 세상의 날선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동시에 안락한 내부에서 또다른 폭력을 행하는 존재다. 그런 존재의 엔딩은 다울에게 어떤 분기점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이와 다울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해못할 행동을 반복한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사람의 장례식에 굳이 찾아가기도 하고, 굳이 그 사람의 끝자락을 파헤치며 놓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쓴다.

어째서 이 책의 제목이 ‘엔딩을 바꾸는 중’이 아니라 ‘엔딩을 통과하는 중’인지 궁금했다. 타임리프의 조건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랬다. 책을 다 읽고 한참동안 생각한 끝에, 엔딩을 통과하는 것은 우리가 덮어두고 마주하지 못한 껄끄러움을 이겨내는 과정이라는 결론을 냈다. 묻어두고, 잊고 살라는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그러지 못한 일들이 가득하다. 서이에게도 그랬을 것이고, 다울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아무것도 붙잡히지 않는 허공에서 무언가가 있다고 믿으며 연기하는 마임의 특성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후회되는 과거를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통과하는 법을 우리는 스스로 익힐 수 밖에. 그 과정에 있어 시간을 헤매고 있는 타인이 있다면 손을 내밀어 굳게 잡아주면 된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통과하는 수 밖에 없다. 무한히 반복되는 그 시간이 질린다 하더라도 서로를 이끌어 줄 사람 하나 있다면 그래도 버틸만 한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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