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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ㅣ 위픽 클래식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박정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출판사마다 저만의 개성을 담은 고전 소설 시리즈가 있고, 요즘도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다채로운 선택지에 기분 좋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위즈덤 하우스에서 위픽 시리즈로 고전 소설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자이 오사무의『인간 실격』 과 이상의 『날개』 그리고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다. 그 중에서도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첫사랑』 이라는 작품에 관심이 갔다. 운 좋게 좋은 기회를 얻어 읽어보았다.
『첫사랑』은 주인공 무슈 볼데마르의 회고로부터 시작한다. 그닥 사이가 좋지 않던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던 16살 소년이었다. 어린 볼데마르는 옆 집으로 이사 온 21살 여자 지나이다에게 사랑에 빠진다. 지나이다는 공작 부인의 딸이었지만 집안 사정은 그렇게 좋지 않다. 하지만 그런 배경적인 요소들을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매력적인 여자다. 그건 다른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볼데마르는 풋풋한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5명의 경쟁자가 생긴다.
지나이다는 볼데마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날은 볼데마르를 귀엽게 여기며 사랑에 보답해주는 듯 하면서도, 어떤 날은 볼데마르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며 매몰차게 군다. 순진한 볼데마르는 속절없이 그런 그녀에게 휘둘리고, 자기 자신조차 제어하지 못한다.
여느 날처럼 사랑의 열병에 앓던 볼데마르는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인지, 아니면 자신의 연적 중 다른 누군가인지 확신이 없다. 그는 칼을 차고 정원 밖으로 나가 ‘시동’의 도리를 다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볼데마르와 독자 모두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인물은 볼데마르의 연적 중 누구였을까?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1860년에 첫 출간된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60년 이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도 볼 수 있다. 20대 중반 독자의 눈에서 본 볼데마르는 참 귀여웠다. 누가봐도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지나이다를 한 없이 사랑하고, 그녀를 끝까지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초반, 그녀를 회상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 태생적인 성향도 있는 듯 하다.
볼데마르는 수줍은 듯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모두 드러내는데 지나이다 역시 그걸 진작에 눈치채고 아주 재밌게 놀려먹는다. 이 둘의 대화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냥 웃겼다. 이게 만약 요즘 출간된 웹소라면 연하남 키워드는 반드시 붙여서 나올 것 같다. (진짜 그냥 웃김)
*아래로부터는 주요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가볍게 웃으면서 볼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 인물이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는 여러 생각에 빠진다. 이 책의 마무리는 사랑에 대한 어떤 결정이나 결심이 아니라 자신을 지독하게도 괴롭게 했던 이들과 자신을 위해 기도로 끝난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을 비롯한 가정을 파탄내는 선택을 했고 지나이다는 자신도 자신의 아버지도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산고로 사망한다. 이후 볼데마르는 사랑만을 쫓던 소년이 아니라 어른으로 성장하는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젊은이에 대한 정의와 볼데마르만의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첫사랑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보았다가, 이 당시 작가가 젊은이를 보는 시각을 공유받은 느낌이었다. 물론 160년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아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어떤 부분들은 현 시대의 젊은이들한테도 꽤 울리는 문장들이지 않았을까. 위픽만의 담백하면서도 가독성 좋은 장점을 느끼며 읽었던 시리즈다. 『첫사랑』이라는 책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읽어보았다 하더라도 위픽만의 감성으로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