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발을 담근 채 ㅣ 독고독락
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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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감정만 느끼며 살 수 없다. 혼란스럽고 갑갑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흠처럼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나쁜 감정들을 하나씩 제 것으로 소화해내며 그 생경함을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에 발을 담근 채>는 한 경험으로 인해 사람을 불신하다가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여자 아이, 그리고 한 안드로이드의 성장‧사랑 이야기이다.

책의 첫인상은 ‘귀여운 사춘기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였다. 서로 싸우다가도 전시장 내부에 있는 도기들을 보고 흥미를 가지는 모습부터, 말 한마디에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자신의 선택에 하염없이 후회할 줄 아는 모습까지 10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비오는 날, 연이가 자신의 마음 속에 꽁꽁 감춰둔 것을 꺼내고 난 뒤 포근한 분위기는 잠시 사라진다.

성빈을 만나기 전의 연이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기본적으로 있었던 상태였고, 성빈을 만난 이후에 그 불신이 조금 사그라든 상태였다. 아마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진심이 흘러 넘쳤던 것은, 알게 모르게 연이가 성빈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빈이는 본인의 비밀이 들통날까봐 걱정하는 연이를 향해 자신과 거리를 둬도 된다고 말한다. 연이가 전교생이 성빈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본인에게 누명이 씌워질까봐 걱정하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 세상에는 가짜가 판친다면서, 사람의 본심을 의심했던 연이는 정작 성빈이에게 진심이 들통난 것을 부끄러워했다. 결국 그 부끄러운 감정을 스스로 이기지 못했다. 그토록 싫어하는, 본인의 마음을 숨기고 가짜인 마음을 드러내며 자신의 소중한 이를 깡통 취급한다.

그 이후로 연이는 성빈을 만나지 않는다. 실제가 아닌 것을 그렇게 싫어하던 연이는 모든 것이 그래픽으로 짜인 세상에서 성빈이를 만난다. 그리고 성빈이는 연이에게 한 제안을 한다. 연이는 그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에 발을 담근 채> 속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냥 포근하고 달달하게 풀리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는 사춘기 즈음의 10대들이 겪었을 고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생각보다 음울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시에 세상 사람들 모두 본모습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 불신하는 연이와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 불안했던 성빈이의 성장으로 흐르는 점도 독특하다. 보통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감정을 알려주며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와는 다르게 이미 부정적인 감정이 입력된 성빈이라는 캐릭터도 인상깊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본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느끼도록 설계된 것인데, 나쁜 감정을 강제로 제하는 것이야말로 가짜로 거듭나는 길일지도 모른다. 거짓/가짜라는 것은 아무것도 안해도 발생하기도 하고, 무언갈 해도 없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탄생한 이 이야기가 반가웠다.

가짜로 가득한 세상에서 진심으로 된 것을 찾으려 애쓰고, 그것에 실패하여 실망하기도 한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 연이의 진심이 탄로났던 그 날처럼 비오는 날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독고독락 #물에발을담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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