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타임슬립
최구실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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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타임머신이 개발되었는데 하필이면 2021년으로 가서 팬데믹을 겪어버린 미래 인간이 있다. 이름은 류남. 교복을 입고 마스크도 안 쓰도 돌아다니다가 행인들의 원성을 사 경찰서까지 간다. 천만다행으로 오지랖 넓고 다정한 은우에게 발견되어 신세를 진다. 그냥 먹고 재워주고 쫓아내도 될텐데 은우는 남을 자신의 친구들 '우와시스'와 자신의 형제 정우, 그리고 그의 딸 하나에게도 소개한다. 모든 것이 가로막힌 암담한 시대지만, 그들과 함께하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모든 일이 으레 그렇듯이 이들의 일상을 박살내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은우의 조카 하나가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그리고 서울은 환자들을 위한 충분한 병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남은 괴롭도록 고민한다. 2021년으로 올 때 당부받았던 것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지 말라는 것. 여기서 남이 미래에서 안 지식으로 은우를 도왔다간 자신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말도 안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남은 어떤 선택을 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의 타임슬립]은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여운에 푹 잠겨서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언젠가 봤던 글이 생각났다. 바꿀 수 없는 미래를 아는 것은 저주일 뿐이라고. 이 말이 사실이라면 남은 과거로 올 때부터 저주를 껴안고 온 셈이다. 작 중에서도 미래에서 온 남이 특출난 능력으로 무언갈 바꾸지는 않는다. 오히려 오이디푸스 서사를 언급하며 운명에서 벗어나려 해도 운명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비극을 짚어낸다. 남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 한 미래는 바꿀 수 없다. 그것이 아무리 비극적인 미래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전 세대에게 따뜻함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소명을 받은 그이지만, 남에게는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자신이 사랑해버린 은우였다. 존재 의미와 정 반대의 욕구를 가져버린 '남'이라는 인물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아린 캐릭터였다.

은우는 사람들이 사랑하며 남기는 부산물이 싫었다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정체 불명의 사람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선 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서 언젠가 라는 말로 다음을 기약한다. 나는 은우의 선택이 사랑을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남을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 역시 진심으로 은우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선택을 존중했을 것이다.

스포일러이기에 말은 못하지만 남을 은우에게로 보낸 선생의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다.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희망을 지키고 싶어 남을 보내게 된 선생의 심정이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작 중에선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 등장한다. 책의 후반부까지 다 읽고 노래 가사를 찾아보았는데 모든 가사가 은우와 남이 말하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노래도 찾아서 들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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