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다음은 파도 ㅣ 창비시선 523
오산하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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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첨벙 다음은 파도>
제목만 보았을 때는 어떠한 성장서사가 생각났다. 보통 파도와 바다는 앞으로 주저없이 나아가는 인물들의 배경으로 주어지고, 인물들은 거침없이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며 한 번도 탐색되지 않은 곳으로 나아가곤 했으니 말이다. 동시에 쨍하고 화창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시집을 펼치자마자 정말 예상과는 반대의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첨벙 다음은 파도> 라는 제목이지만 그냥 시를 읽고 느낀 감상 그대로 전달하자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인간에게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주는 한편 예기치 못한 위험도 존재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품은 불안과 희망이 절묘하게 뒤엉킨 시집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작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감정들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더 나아가 사건에 고여있는 어떠한 깊은 사연과 사람이 아닌 존재의 목소리(지옥의 스탠딩 코미디쇼, 녹나무 아래의 무언가, 미로 출신의 화자 등등....)가 페이지 속을 계속 맴돌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1부에서는 우리의 상상대로 구축되고 있던 어떠한 이상향의 미래를, 2부에서는 이상향 속 그늘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슬픔과 고통들을, 3부에서는 이상향의 그늘에서 빛을 바라보며 건내는 목소리 같았다. 너무나 개인적인 감상이라 시인분께서 의도하신 내용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 걱정도 된다! 그만큼 개인의 생각을 덧붙이기 좋은 매력적인 시집이다.

제목만 보고 여름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선선하면서도 시릴 정도로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지금 시기에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에 줄을 긋고 한 줄 한 줄 자신의 의미를 더하다가 삶을 투영해보며 읽어본다면 맨 마지막 장의 시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친구들과 이 시집으로 교환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시집을 접하게 된다면 꼭 감상을 나눠주기를.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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