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 활동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신의 탄생조차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채 이카루스는 매일매일 자신의 AI 메티스가 해주는대로 생활하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평화롭고 완벽한 생활에 권태를 느끼게 된다. 메티스의 걱정을 받으며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던 이카루스는 이를 감지한 상담사는 이카루스를 마리너 협곡 너머의 [콜로니]라는 곳으로 보낸다.
콜로니에서의 이카루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음식을 먹고, 매일매일 해야만 하는 '일'을 맡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글로 옮겨 적어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사유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매일 가장 좋은 답을 골라주던 AI 메티스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에 수없이 주어지는 질문들에 맨 몸으로 던져진 상태의 이카루스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다가도, 콜로니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할 수 있게끔 도와준 '이브'를 사랑하게 되면서 잊지 못할 충만한 감정을 감각한다.
모든 것을 대신해주던 AI가 사라진 콜로니에서 사유하는 것과, 노동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집대성한 삶 자체를 체험하며 자신이 살아온 올림푸스와 콜로니 두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고민은 마냥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점점 우리가 매일매일 반복하는 노동의 일부를 대체하기 시작한 AI들, 창의력의 영역인 그림, 글, 디자인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는 AI들..... 콜로니의 사람들이 내몰린 환경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두 갈림길 사이에 선 이카루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물들이 하고 있는 고민은 우리들이 머지 않아 할 법한 갈등과 고민들이다.
인간이 편해지기 위해 지금 이 순간마저도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는 세계지만, 정작 옛 사람들이 수없이 고찰하던 인간의 본질적인 영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듯 하다. [사라진 올림푸스]의 세상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기괴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책 읽는 내내 과학의 발전에 기대다 못해 잡아먹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AI들이 직접 인간을 몰아내고, 영문도 모르고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신'이라 일컫으며 속으로 비웃음을 사는 세상.
디스토피아 같은 이 세상에서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 답게 태양을 향해 겁없이 손을 뻗는다. 그 과정 속에서는 자신의 평안했던 삶과 반대되는 기이한 환경을 마주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지 못해 후회하기도 하며 결국엔 결정을 번복하지만 끝내 그가 완전한 행복에 놓이지는 않는다. 이런 그의 행보가 정말 인간같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추천 #그래비티 #사라진올림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