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 금강인문총서 2
석길암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명절이 끼어있는 바쁜 한 주에 나의 선택을 받은 책은 바로 이 불교 관련 책이었다.

얼마 전에 [책만 보는 바보]를 읽은 후부턴 우리네 역사라든지 사상이라든지 문화등에 열렬한 관심을 내보이고 있다.

해서, 선택한 책이었지만 목차를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후회도 되었다.

도무지 어려워서 이해될 것 같지 않은 불교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때문에.

 

하지만 본 내용을 읽어가면서 책에 빠져들고 도취되고 감동하면서 그렇게 잠깐 사이에 책의 2/3이상을 훌렁 읽어버렸다.

물론 중간중간 불교의 깊은 내용을 파고들어가는 부분이 나오면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난독증같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대중에게 정말 쉽고 재밌게, 우리 문화와 역사를 통해 불교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친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고 또 신종 문화를 창출하고 번역술 또한 발달했다.

한자 문화권과 불교가 많은 부분 일치되면서 목판 인쇄술과 금속 인쇄술에 관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는 정말 흥미진진하였다. 남편을 앉혀놓고 한참 설명해주며 즐거워했을 정도로 전혀 모르던 새로운 사실이었다.

 

또 도안의 이야기.

주석을 달기 시작하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하였다는 멋진 이.

이를 통해 한글 탄생이 보다 쉬웠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불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문화 속 깊숙한 곳에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차(茶)문화까지도 불교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명절날 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훈민정음의 나랏말쌈이..로 시작하는 그 글이 사실은 불전의 번역이었다는 사실까지..

이 책은 정말 많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어려서부터 기독교 외의 종교는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불교라는 종교에 한없는 매력을 느낀다.

불교는 역사에서 단순히 왕권 강화를 이루기 위한 정신적 통합을 위해 쓰인 수단에 불과한 줄 알았다.

물론 불교 관련한 문화재가 많고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우리 땅을 잠식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뿌리깊은 신앙이 되어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문화재의 80%가 불교 관련물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참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불교라고 하여 배척하고 접하지 않았다면 갖지 못했을 이 소중한 역사적 사실들을 보면서 말이다.

편협한 사고는 성장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대순진리교에 관한 책까지 봤었는데,

사실 그 책은 내게 영감을 주지 못했다.

너무나 종교적인 내용과 그 외적인 것들과는 차단된 듯한 책 속 흐름에 반감이 생겨 바로 덮어버렸었는데,

그러한 경험 또한 약이 된 듯 하다.

불교에 관해 깊이 들어가는 내용조차 별 불만없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다른 책들 읽기에 밀려 겨우 얼마 전에서야 읽어내었던

[책만 읽는 바보] 속의 내용도 머리 속에서 차분히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이야기 속 책의 귀중함에 대해서 계속 언급되는데, 그것이 불교를 통한 인쇄술과 상당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책은 이렇듯 읽으면 읽을수록 퍼즐 맞춰지듯이 머리속에서 하나하나 짜여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행복한 시냅스 만들기 작업때문에 책 읽기가 멈춰지지 않는 것이겠지.

 

바쁜 명절 중 짬짬히 시간되어 읽은 책이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게 만든 책.

 

가명인 듯 하지만 저자 석길암씨와 불교관련 내용 보급을 위해 힘쓰는 듯한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처럼 불교에 대해 낮은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불교를 통해 문화, 역사, 사회 속의 여러 부분을 다시금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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