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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평점 :
📌 줄거리 소개
피오르의 페리 운전사로 일했던 '닐스 비크'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날임을 직감한다. 아내와 사별한 그는 아주 오래전 성장하여 집을 떠난 딸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수십 년 함께한 그의 배 '마르타'에 시동을 걸고 마지막으로 항해를 시작한다. 그는 항해일지를 펼쳐 그의 배를 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다시 만난다. 가정폭력으로 괴로웠던 기타소년 욘, 17살까지 그와 함께한 개 루나, 닐스의 도움으로 가정을 꾸린 옌스, 미국인 친구였던 로버트... 과연 삶과 죽음 그 중간에 있는 닐스는 그가 사랑했던 부인 마르타를 만날 수 있을까?
📌 후기
담담함, 담백함 속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빠른 전개, 자극적인 소재, 엄청난 반전과는 거리가 멀다. 닐스 비크가 페리 운전을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의 경험과 성찰을 읽다 보면 책에 절로 몰입하게 된다.
그의 인생은 어찌 보면 평범하다. 행복, 슬픔, 좌절, 분노, 배신, 사랑 등 우리가 살면서 느껴봤을 법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살아온, 살아가게 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도 이 책의 큰 특징이다. 닐스 비크가 평생을 살아온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연의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눈앞에 닐스 비크가 배를 타며 본 피오르의 웅장함이 그려지는 기분이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작가 프로데 그뤼텐 역시 노르웨이 남서쪽의 하르당에르 피오르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작은 도시 오다 출신이라고 한다. 작가의 보고 느낀 바다, 산, 나무, 자연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시선이 전해졌다.
📕그는 이처럼 산기슭 아래로 우유처럼 흘러내리는, 손길이 닿지 않은 안개와 청아하고 상쾌한 아침을 사랑한다.
19쪽
닐스 비크에게만큼은, 죽음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온기 가득한 마무리였다. 특히 소설의 말미, '닐스 비크. 한순간 조타실은 그의 삶에 관한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262쪽)' 이후 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평가를 읽으며 마음이 울렁거렸다. 나 역시 삶의 마지막 이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카리 아가 언젠가 내게 참으로 좋은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난 너무나 감동해서 그가 했던 말을 적어놓기까지 했답니다. 닐스는 이 세상은 한 벌의 옷과 같아서 겉은 아름답고 속은 따뜻하다고 했어요.
265쪽
📕 닐스는 이것이 바로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268쪽
📌 마무리하며
직관적으로 깨달음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좋았다. 책을 덮은 후에 닐스 비크의 삶의 회고를 곱씹으며 내 인생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놓치고 있던 사람
- 차분하게 인생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 빠르고 자극적인 소재에 지친 독자
에게 추천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