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 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4
김보통 외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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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어렸을 때 인권에 대해 배우며 학교에서 독후감 숙제를 내줬던 <십시일반>. 집 정리와 이사를 반복하며 여러 책과 인연을 놓았지만 10년이 더 넘게 지난 지금까지 <십시일반>은 내 책꽂이에 보관하고 있다. 인권이라고 하는 막연한 단어에 대해 알려준 첫 번째 책이었다. 내가 살아온 반경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머리가 핑핑 도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어 십시일반에 이어 <사이시옷>, <어깨동무> 그리고 창비인권만화 네 번째 시리즈로 출간된 <호시탐탐>을 읽게 되었다.

📌책 소개​

먼저 작가님들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 DP, 아만자의 김보통 작가님, 얼마 전 TV 방영했던 정년이의 서이레 작가님, 마찬가지로 만화로 읽고 드라마 역시 본방사수했던 <남남>의 정영롱 작가님. 모두 내가 한 번쯤은 즐겨봤던 작품의 작가님들이었다.

우리 사회 속에 있는 차별에 대한 일곱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인권 - 최후의 보호막 - 김보통
✔️퀴어- 서이레 요니요니 - 청첩장 도둑
✔️지역소멸 - 김금숙 - 섬
✔️돌봄- 김정연 - 수수께끼
✔️기후위기- 구희 -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
✔️이주배경세대 - 정영롱 - 끄나빠
✔️사적복수 - 최경민 - 참교육


이 일곱 가지 작품 중 네 가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후의 보호막>에서는 마법의 능력을 가진 용사들이 왕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보호막 마법 능력을 보유한 해경이다. 한 때 승리의 영광을 누렸으나 현재는 부상을 이유로 현역에서 물러난 해경을 포함한 상이용사들이 에테르 채굴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다. 이 채굴장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노동자들이 다치면 치료해 줄 힐러도, 부상자를 이송할 텔레포트도, 응급처치 약물도 없다.


"... 솔직히 우리처럼 하자 있는 처지에 이만한 일이라도 구하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일을 좀 안전하게 사람답게 할 수는 없냐는 거야!"
27쪽

이미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단념하게 만든다. 단념할 것을 알기에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약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흔든다. 네가 아니어도 이 자리를 대체할 사람은 많다.라는 태도.

"별일 아니라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 하나 죽은 걸로 호들갑 떨 필요는 없는 거지.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라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고 열심히 합시다.
예? 알았죠? 김씨 하는 거 봐서 지상직 티오 나오면 잘 얘기해줄테니까. "

33쪽

해경의 동료인 현재가 채굴장의 일부가 무너지며 죽었다. 마법사와 용사, 대마왕이 있는 비현실적인 배경이지만 우리 현실이 투영되어 있어 더 몰입해서 읽게 한다. 사람 하나가 일을 하다 죽었는데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현실. 거기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사측에 대항할 힘을 가지고 있는 해경의 입을 막고 회유하기 위해 던지는 패까지. 강주룡, 전태일, 그리고 우리의 역사 속에 있는 잊힌 수많은 희생과 노력에도 아직 갈 길이 먼 노동 현실에 한숨이 나왔다.

첫 작품부터 임팩트가 강렬했다. 결국 현재의 죽음으로 다른 차원으로 각성한 해경과 사람들이 마주한 결말이 분노와 슬픔으로 다가왔다.

<청첩장 도둑>에서 동생 다인은 우편함에 꽂혀있던 언니 수인의 동성 결혼 청첩장을 숨기면서 시작한다. 수인은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동성 연인과의 결혼식을 결정한다. 사랑하니까, 소중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퀴어뿐만 아니라 사회 가지고 있는 '정상가족'에 대한 프레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너네 엄마는 이혼했으면서 창피한 줄도 모르지? 너네 가족은 아빠도 없고, 엄마도 이상하고 비정상이라고. 알아?!"
58쪽

"아빠가 빵명이든 백명이든 이상한 가족은 없어. 서로 사랑하면 다 똑같은 가족이야. 그러니까 다인이한테 사과해."
68쪽

아직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생활동반자법'이 떠올랐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사회가 받아들일 인식 및 법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수수께끼>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질문으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나 가장 먼저 필요한 것.
사는 동안에도 필요하며
마지막까지 필요한 것.]

정답은 바로 '돌봄'이다. 돌봄은 이 수수께끼처럼 우리가 태어나서 눈 감을 때까지 필요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지만 '돌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무게를 조금만 더 나누어 뭉툭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나는 오늘도 우리의 이야기가 넓고 고르게 놓일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145쪽

특히 '돌봄'을 떠올렸을 때 흔히 떠올리는 요양 시설 등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 돌봄 청년, 영케어러(Young Carer) 그리고 여성의 돌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돌봄의 여러 측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다.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은 육상부 은호의 이야기이다. 배경은 2035년이다. 그런데...

2035년 4월, 올해 첫 열대야가 찾아왔습니다. 20년 전엔 7월에나 왔던 열대야가 말입니다.
149쪽

그렇다. 2035년에는 열대야가 4월에 올 정도로 지구가 뜨거워졌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기후 위기와 인권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을 수 있지만 구희 작가는 이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며 독자를 납득시킨다.


기후위기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부터 맞닥뜨리는 재난입니다.
부자보다 가난한 자에게 기성세대보다 아동과 노인에게 더 큰 위기로 다가옵니다.

156쪽

이번 여름은 끔찍하게 더웠다.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는 우리 집도 이번 8월은 에어컨을 계속 켜두었다. 뉴스에는 폭염으로 인한 소외계층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찌는듯한 더위에 기본적인 냉방도 불가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은 독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면하게 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게 독려한다.


📌 마무리하며​

무겁고 때로는 벅차게 느껴지는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만화라는 창구를 통해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귀한 작품이다.
먼 옛날 내가 십시일반을 읽고 인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갔던 것처럼, 청소년들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의 가장 작고 소외된 부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창비인권만화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 물론 더 이상 차별이 사라져서 '차별'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지만.)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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