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정원 - NT Novel
가노 아라타 지음, 유경주 옮김, 신카이 마코토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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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인 아키즈키 타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오전 수업을 빼 먹고 공원의 정자로 가서 구두 스케치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부터 나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개근상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타카오는 학창시절의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는 멋있는 녀석이다. 대학교 들어가서야 얼음이 어는 추운 날이면 학교를 가지 않았던 나랑 비교했을 때는 말이다. 타카오처럼 그 시절에 적당히 반항도 해보고 학교 빼먹고 훌쩍 떠나는 것 까지는 못해보더라도 만화방이라도 가볼 걸 하는 후회를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뭐가 그리 무섭고 용기가 없었는지... 
어김없이 비가 오던 어느 날 혼자만이 독차지하고 있던 공간에 아침부터 초콜릿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여성이 나타났다. 구두장이를 꿈꾸고 있는 타카오에게 여성의 신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질이 잘 되어있는 좋은 구두를 신고 비 오는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고 있는 그녀가 왠지 궁금하고 관심이 가게 되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약속도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타카오가 준비해 간 점심도 나눠먹고,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장소에서 서로가 맞닥뜨리게 되는데...
타카오 스스로도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이 없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불안하지만 이름과 나이도 알지 못하는 그녀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는데... 사춘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타카오의 행동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상대방은 전혀 자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받는 배신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싱그러운 표지처럼 자극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다. 책에서 맥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와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맥주가 간절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사춘기 아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지나온 나의 청춘도 보듬어 줄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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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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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레이철 추에게 남자 친구인 니컬러스 영이 싱가포르에서 10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자고 제안하는데. 친구 콜린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야 하는 닉은 레이철에게 같이 참석도 하고 이번 기회에 그의 가족도 만나는 시간을 갖자고.
근데 레이철이 싱가포르에 도착해 그의 가족을 만나보니 엄청난 부자인 것이다. 그것도 궁전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며 친척들과 그의 친구들도 레이철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크레이지 한 부자!!!!!

어제 중학생인 큰아들 담임선생님께 아침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쉬는 시간에 같은 반 친구가 장난친다고 아들이 앉으려는 의자를 빼는 바람에 엉덩이를 부딪쳤는데 상태를 보니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아직도 그런 장난을 하는 중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꼬리뼈는 부러지면 깁스도 못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던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마침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읽고 있어서 그런 건지 나도 모르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그들처럼 부자였다면 전용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헬리콥터를 타고 실력 있는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러 날아갈 텐데 하는... 처음으로 휠체어를 밀어보는 엄마 때문에 아들이 여기저기 발을 부딪히는 상황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고 집으로 오기 위해서 택시를 잡으려고 낑낑거리지도 않았겠지...

매우 크레이지 한 부자들의 삶을 즐기면서 읽었더니 2권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주위에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 책이 그러한 느낌을 준 것 같다, 나에게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일반 우리네의 삶과 말도 안 되게 동떨어져 있어서 막 비판하고 트집 잡고 싶었다. 그러나 작가가 그렇게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유머러스하게 써 내려간 글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그네들의 삶도 부럽고 동경하지만 소소한 것들로 채워진 나의 삶 또한 괜찮구나, 행복하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눈이 가려워서 긁었을 뿐인데 눈이 빨간 나를 보면서 울 정도로 걱정하는 엄마가 신경이 쓰였는지 갑자기 쓱 손을 내미는 아들. 자기는 괜찮다면서 손을 잡아주는 까칠한 사춘기 아들을 보면서 그래 이런 건 돈이 많다고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나... 시간이 지나니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가는 저놈을 학원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나...

2부인 차이나 리치 걸 프렌드, 3부인 리치 피플 프라블럼도 꼭 읽어보고 싶다. 더불어 크레이지 한 이야기들을 영화를 보면서 시각적으로 마음껏 느껴보고 싶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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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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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본격적으로 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작하는 작가님들이 매우 많다는 거... 그러다 보니 내 취향에 맞는 작가분을 만나게 되면 다음 작품은 일단 믿고 무조건 구매한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인 "속죄의 소나타"로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술술 넘어가는 책장들, 책을 끝내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충격적인 마지막 한방. 그저 범인 찾기에 그치는 흥미 위주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도 돌아보고 배경이 일본이긴 하지만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책 읽기 시간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을 한 권 읽었을 뿐인데 그 한 권으로 애정하는 작가가 되었다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독자로서의 자신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인 네메시스의 사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해놓았던 테미스의 검을 먼저 읽었다. 먼저 읽었던 속죄의 소나타에도 등장했던  와타세 경부가 주인공인 테미스의 검은 '억울하게 되짚어 쓴 죄' 원죄라는 주제로 쓴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누쿠이 도쿠로의 조작된 시간을 읽으면서 일본에서 종종 일어나는 원죄에 대한 사회 문제를 접했던 적이 있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어떤 시각으로 원죄라는 주제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는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주인공의 자세가 마음에 들어서 속이 시원했다.

그건 자네가 미숙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미숙하기 때문일세. 구로사와는 그렇게 답했다. 인간이 저지른 죄를 동족 인간이 판단하는 행위 자체가 불손하고 오만하네. 인간을 판단하는 일은 원래 신이 할 일 아닐까. 테미스의 검 106쪽

네메시스의 사자는 원죄 사건 이후 거의 3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로 작가는 경찰로서의 자질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훨씬 더 성장한 와타세 경부를 통해서 사형제 존치,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사형제 존치에 찬성하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카야마 시치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존치, 폐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글을 썼다.
작가님의 글을 읽는 동안 20년도 넘은 숀 펜, 수잔 서랜든 주연의 데드 맨 워킹(감독은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그 영화를 보기 전의 나는 분명히 사형제 존치에 완전히 찬성하는 사람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에는 사형 폐지론자가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티브이에서 흉악범을 보면 나도 모르게 "사형시켜버려야 돼" 하기도 하고... 갈팡질팡하는 나를 꾸짖으면서 어느 한쪽의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우치기는 것보다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시부사와 판사의 마지막 말도 사형제도를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테미스의 검을 읽지 않고 네메시스의 사자를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상관없다. 그렇지만 연달아서 읽다 보니 조폭보다 더 무섭게 생기고 세상 무뚝뚝한 성격의 와타세를 응원하고 애정하는 마음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 와타세 경부 시리즈 3도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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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2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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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무부 장관인 필립 레이먼 경이 외국인 본국 송환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려 하자 자칭 '네 명의 의인'으로부터 협박편지를 받게 된다. 네 명의 의인은 장군, 군납업자, 시인이자 철학자, 일류 재단사, 도지사, 판사, 사기꾼, 상인, 장관 등등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악하고 악명 높은 사람들을 국적에 상관없이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이며, 직업이 무엇인지 심지어 어느 나라 사람인지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인 비밀스러운 남자들이다. 네 명의 의인은 법안을 철회한다는 사실을 오후 6시까지 신문에 발표하지 않으면 장관이 저녁 8시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하게 되는데...

네 명의 의인은 에드거 월리스가 190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100년도 훨씬 넘은 작품이지만 영화 '킹콩'의 원작자로 유명하며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동시대에 사랑받은 스릴러물 작가라는 소개 글을 읽고 냉큼 읽어버렸다. 범인이 누구이며 그들이 가리키고 있는 목표물이 누구인지를 처음부터 알고서 읽는 추리소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밀실 트릭을 그들이 어떻게 실행하는지 내내 궁금해하며 나름대로 추리했지만 역시나... 내가 상상했던 방법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밀실 살인방법에 그동안 현대 추리소설 위주로 읽으면서 받았던 쇼킹한 반전과는 확실히 다른 고전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여러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이 되었다.

대학시절 졸업을 걱정할 정도로 애거서 크리스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에드거 월리스 작가님의 네 명의 의인을 읽는 동안 추리소설을 처음 접했던 학창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이 생각나는 한편 기분 좋은 흥분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꺼내들었던 20년 전의 내가 그리워지는 순간순간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만큼 다작한 에드가 월리스의 다음 작품으로 뭘 읽으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네 명의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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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하루 일기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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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책표지도 내용도^^
누구누구의 일기 중에서 재미있다고 알려진 책은 거의 빠짐없이 읽고 있는 중이다. 학창시절에는 나와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그네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어서 책으로라도 위로받고 싶은 거였다면, 지금은 지나온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잊고 살아가고 있는 학창시절을 한 번씩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최근까지도 시리즈가 나오면 읽고 있는 윔피키드는 미국 남학생의 일기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다른 나라의 문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의 삶이 과장되면서도 재미나서 낄낄거리며 보고 있는 중이다.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정감이 가고, 글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해서  좋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는 생각들을 진솔하게 쓴 것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제목을 포함한 16컷 만화가 책장을 넘기지 않는 한 장에 있는 것도 읽기 편해서 마음에 든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때로 나누어진 코하루 일기는 중학생 첫 시작 페이지부터 까먹고 있었던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 나와서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선생님이 스웨터를 뒤집어 입은 것에 웃음이 터져버린 코하루와 친구...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이 가발을 쓰고 계셨는데 칠판에 판서를 하실 때마다 그 뒷모습이 너무 웃겨서 친구들이랑 킥킥거렸던 일. 선생님 죄송해요!
지금은 밥도 혼자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때는 코하루처럼 화장실도 친구들이랑 꼭 같이 갔었는데... 몰려다니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은 친구들.
첫 생리를 했을 때 엄마가 집에 없어서 당황한 나머지 아빠한테 이야기하고 나서  부녀가 허둥지둥거렸던 날도 생각나고...
중학교 3년 동안 집에 갈 때마다 같은 버스를 타고 다녔던 단짝 친구는 잘 있는지...
시험기간마다 개 붙들고 "네가 너무 부러워. 네 팔자가 최고다"라면서 신세한탄을 했었던 나.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이랑 시내에 나가 햄버거도 사 먹고 영화도 봤었는데...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이쁘다고 해준 한마디에 나도 코하루처럼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날도 있었지...
친구들이랑 찍은 이십 년이 다 된 스티커 사진들을 코하루 일기를 읽으면서 또 들춰보기도 하고.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코딱지 파서 책상 밑에 붙이던 남자 짝꿍을 대학교 같은 과에서 만난 일도 갑자기 생각이 나고^^
코하루 일기를 읽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다 생각나고 어떤 것들은 어제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분명 작가님은 일본 작가님인데 신기하다.

처음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입소문이 난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 가서 읽게 되었는데 순정만화 위주로 읽고 있던 나는 그림체도 뜨뜻미지근한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마스다 미리 작가님만의 매력으로 느껴져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래서 작가님의 팬이 되어버린 나... 입맛도 변하듯이 책 취향도 작가 취향도 변하나 보다.
코하루 일기가 아닌 학창시절에 꼭 내가 쓴 일기 같은 책!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들춰보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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