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 매일 읽고 조금씩 넓어지는 삶에 대해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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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지만 5% 안에 드는 그의 특출난 외모와 유쾌한 말솜씨 덕분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이신 것 같다. 그러다 어린이 도서인 노빈손과 위험한 기생충 연구소를 읽으면서 더욱더 그의 팬이 된 나! 그가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는데 지나칠 수가 있을까? 이런 유의 책들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유독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이 반가운  이유는 뭘까? 다른 책들에 비해서 이 책에 수록된 책들은 내가 읽어본 책들이 그나마 있다고 말할 수 있어서 작가의 생각에 같이 공감하거나 또는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책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책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이야기는 의미 없는 일인 것 같다.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은 아르바이트, 결혼, 자식에 대한 사람들의 잣대가 얼마나 본인 위주인지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심도 없을 거면서... 내가 하는 일이 법에 위배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면 그냥 당당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닐까.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는 가정폭력에 맞서기 위해서 정녕 살인이 답인 나라에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씁쓸함을 안겨 준 이야기였다.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분노하는 시간이 되었다. 올해 조두순이 출소하는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할지 걱정이 앞선다.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를 읽고 서민은 이렇게 말한다. 자, 오쿠다도 페미니스트라는데 님들은 어쩌시렵니까? 오쿠다를 버리시렵니까? 240쪽 나도 한때는 그의 열성적인 팬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의 작품까지 끌어내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다. 다만 주변국들에 대한 그의 잘못된 역사인식까지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천명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그전까지 내가 책에서 느껴보지 못한 B급 병맛을 제대로 알게 해준 소설이었다.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는 막상 내 아이가 수험생이 되니 어쩔 수 없이 나도 현행 교육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프레드릭 배크만 그리고 오베의 팬이 되었던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는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을 때 읽은 책이어서 널뛰는 그의 작품 기복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서민 작가님처럼 끊어내지는 못하고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권의 책을 읽겠다.'라는 서민 작가님처럼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 책 구매가 늘었다는데 이번 기회로 독서하는 사람들이 많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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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툰 위로가 너에게 닿기를
선미화 지음 / 시그마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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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픔도 하루가 지나면 어제의 아픔이 되겠지. 그렇게 옅어지고 그렇게 지나가는 거야. 88쪽

누가 병은 널리 알리라고 했다. 몇 년 전에 허리가 아파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겨우 안면 정도 있는 학부모가 먼저 연락이 왔다. 한의원을 소개해 주었는데 가는 길도 번거롭고 초진 진료받는 것부터 난관이 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게 되었다. 한의원 선생님은 위가 안 좋아서 허리에까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꾸준히 침을 맞으라고 하셨다. 운동 삼아서 1시간의 거리를 걸어서 갔다가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는데 한의원을 갔다 오면 마음과 정신까지 위로받고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한의원 선생님이랑 간호사분들의 좋은 기운이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서 나를 어루만져 주는 따스함. 친정엄마랑 둘째가 몸이 안 좋을 때도 선생님 말씀에 안심되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고는 했는데... 한의원 선생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잠시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정작 나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죄송스럽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사람마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종류와 깊이가 달라. 그래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기는 힘들지. 140쪽

오래된 지인이 있는데 세명의 성향이 매우 달라서 서로의 취향을 같이 공유하는 기쁨은 없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서 트러블 없이 속마음을 터놓고 잘 지내고 있다. 부산에 가면 밥을 먹고 나서 둘은 백화점으로 나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만나게 되는 일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행의 설렘이 지나고 문득 짙은 외로움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 함께하고 싶은 누군가 떠오르면 당장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싶을 만큼 왠지 서글퍼져. 즐거움을, 기쁨을, 마음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여행을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이 아닐까 싶어. 그것은 삶을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이기도 해. 168쪽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어쩌다가 혼자 갔다 오게 되었는데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았다. 이제는 콘서트나 여행을 가고 못 가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 누군가 내 옆에서 함께 신나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한 나이가 되었다. 우리 그때 참 좋았는데 그치? 또 가보고 싶어.

예전엔 힘들었던 일들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순간이 오니까 말이야. 82쪽

지금의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짜증도 나고 원망의 대상을 자꾸 찾게 되는데 정작 대구의 제일 큰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에게는 연락조차도 못하고 있다. 수고한다는 말보다는 가족들 걱정을 대신 전하는 악역을 맡을 것 같다, 나는... 항상 나는 그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니... 이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고생했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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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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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작가님은 풍선인간으로 처음 만났다. 솔직히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13.67(1967년부터 2013년까지 홍콩에서 일어난 여섯 건의 범죄와 숫자 조합의 추리)이나 망내인(홍콩 사회에 대한 묘사)같은 사회성 짙은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두께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입소문 난 풍선인간의 반전이 너무 궁금해서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블랙 유머로 가득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독자들 뒤통수치는 걸로 끝나면서 조금 허탈하기도 했지만 작가님의 다음 책이 궁금하면서 또 기대도 되었다.

호러물 이런 거 안 좋아해서 영화든 책이든 인기 있는 작품이라도 건너뛰는 사람이지만 염소가 웃는 순간은 순전히 작가님의 필력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사건들을 어찌 마무리할까 싶은... 팔짱 끼고 삐딱하게 지켜본달까 그런 마음이었다.

이제는 찬호께이에 대한 무한 신뢰와 믿음을 가진 독자가 되어서 작가님의 첫 단편집 디오게네스 변주곡을 읽었다. 열네 편의 단편소설은 변주곡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수록된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선정한 클래식 음악으로 배경음악을 유튜브 영상 목록에 올려두었다. 정통 추리소설, SF 소설, 심령 소설, 환상소설, 풍자소설, 판타지 소설 등 여러 분야의 글들을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선택한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 즐거움은 독자로써 처음 겪는 일이어서 신선했다.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반전이 있는 결말에 어리둥절하고 놀라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만든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찬호께이의 전형적인 글이어서 반가웠다. 그렇지만 식상하거나 뻔하지 않은 전개여서 나는 그에게 또 뒤통수 한대 맞았다.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은 아직도 산타가 있다고 믿는 나에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낀 이야기였다. 눈에 보이는 산타가 현실에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딘가에 산타가 있다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그뿐이다. 희망이나 동심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쉬웠던 짧은 습작 세 편은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서 좀 더 완성된 작품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열일곱 작품의 창작 배경과 뒷이야기를 정리한 작가님의 후기를 작품과 번갈아가면서 읽어볼 수 있어서 부족한 나의 작품 이해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왜 신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고 치료제도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었을까?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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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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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대한민국 사람 다 알 정도의 유명한 제과회사를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40대 중반에 북 카페를 차린 쑬딴 작가님! 주로 중동, 서남아, 아프리카 지역에 과자를 수출했으며 두바이에 주재원으로도 다녀오셨는데 지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야겠다 싶어 카페를 차리셨다네요^^ 멋지십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골든 리트리버인 탄이 사장님과 함께 하시니 외롭지도 않겠어요^^

주위에 책 좋아하시는 분들 보면 북 카페를 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쑬딴 작가님은 북 카페를 하시면서 글도 쓰셔서 책도 출간하시고, 막걸리도 직접 만들어 파신다니... 제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책 읽는 내내 했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남편이 먼저 순식간에 읽어버렸는데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남편도 회사 그만둔다고 말할까 봐 사실은 조마조마했습니다. 퇴직 후 남편의 소망은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분들처럼 사는 거라네요. 근데 저도 따라가야한다네요ㅠㅠ

아~ 세상 부러울 게 없네요. 뭐, 바랄 게 있겠습니까? 맛있는 안주에 술 한 잔씩 하면서 조곤조곤 떠들고 노는 거죠. 14쪽

너무 먹고 싶었던 회를 사서 소주 3잔이랑 먹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알딸딸한 기분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누워있으니 세상 행복하더라고요. 작가님의 말씀처럼 사는 거 뭐 별거 없는 거 같아요. 건강하게 살면서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고,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갈 수 있으면 그만인 것 같습니다.

불안은 또 하나의 친구라고 생각하세요. 나를 걱정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 150쪽

아픈 식구 걱정, 돈 걱정, 공부 걱정... 걱정은 끝도 없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 가장 큰 적은 불안인 것 같아요. 불안은 식욕도 수면 욕구도 다 달아나게 하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걱정은 하되 불안은 키우지 않으려고 '닥치면 걱정하자'나 '뭐 어떻게 되겠지'하면서 막 나가고 있습니다. 지인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술도 한잔하면 더 좋더라고요~~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북카페 차렸습니다' 아직 티브이나 책에서만 만나는데 제 주위에도 그런 분들이 나타날 날들이 있겠지요?^^ 저는 때려치울 대기업이 없는 관계로 아쉬움을 머금고^^

작가님의 말씀처럼 2030년쯤에는 5권의 책을 낸 중견작가가 되어있기를 응원합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4권의 책도 꼭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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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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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속 내가 경험한 교토는 오로지 내 심연의 깊은 기억으로만 자세히 남아 있다. 이 책 한 달의 교토에는 그 빛나는 조각들이 담겨있다. 285쪽

임경선 작가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읽고 알게 된 일본의 도시 교토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곳이었다.

8세기부터 1000년 넘게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고풍스러움과 전통, 역사가 옛날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20년 정도 살고 있는 나의 만족스러운 생활 때문에 교토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경주가 고향도 아니고 편의 시설이 많이 부족해서 처음에는 정을 주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많은 유적지나 무덤들은 삶을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거스름돈도 주지 않으므로 반드시 버스비에 상응하는 동전을 내야만 한다. 36쪽

편리하고 저렴한 대중교통시설, 24시간 편의점, 무료 와이파이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맛있는 음식들 때문에 국내 여행은 선호하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은 별로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도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곳이 교토이다. 그런 내가 어찌 '한 달의 교토'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라니!!! 일본어를 잘 하는 것도 부러운데 한 달 그것도 교토라니!!!

벚꽃놀이는 일본이죠~ 35쪽

경주의 벚꽃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이뻐서 경주에 살지 않을 때도 시간 내서 찾아온 곳이었다. 지금은 벚꽃시즌만 되면 여기도 저기도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바쁜데 벚꽃의 나라 일본의 교토 벚꽃은 책에서 본 사진만으로도 이국적 풍경까지 더해서 환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좋은 순간에 혼자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서글퍼졌다. 63쪽

혼밥, 혼술은 좋아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나중에 같이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나! 여행은 곱씹어 볼수록 행복하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그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매우 많이 부럽지만 경주에 살고 있는 걸 위안으로 삼고 언젠가는 나도 교토에 가보는 날을 꿈꾼다. 그때는 박현아 작가님의 한 달의 교토를 옆에 끼고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가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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