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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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작가님은 풍선인간으로 처음 만났다. 솔직히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13.67(1967년부터 2013년까지 홍콩에서 일어난 여섯 건의 범죄와 숫자 조합의 추리)이나 망내인(홍콩 사회에 대한 묘사)같은 사회성 짙은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두께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입소문 난 풍선인간의 반전이 너무 궁금해서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블랙 유머로 가득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독자들 뒤통수치는 걸로 끝나면서 조금 허탈하기도 했지만 작가님의 다음 책이 궁금하면서 또 기대도 되었다.

호러물 이런 거 안 좋아해서 영화든 책이든 인기 있는 작품이라도 건너뛰는 사람이지만 염소가 웃는 순간은 순전히 작가님의 필력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사건들을 어찌 마무리할까 싶은... 팔짱 끼고 삐딱하게 지켜본달까 그런 마음이었다.

이제는 찬호께이에 대한 무한 신뢰와 믿음을 가진 독자가 되어서 작가님의 첫 단편집 디오게네스 변주곡을 읽었다. 열네 편의 단편소설은 변주곡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수록된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선정한 클래식 음악으로 배경음악을 유튜브 영상 목록에 올려두었다. 정통 추리소설, SF 소설, 심령 소설, 환상소설, 풍자소설, 판타지 소설 등 여러 분야의 글들을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선택한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 즐거움은 독자로써 처음 겪는 일이어서 신선했다.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반전이 있는 결말에 어리둥절하고 놀라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만든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찬호께이의 전형적인 글이어서 반가웠다. 그렇지만 식상하거나 뻔하지 않은 전개여서 나는 그에게 또 뒤통수 한대 맞았다.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은 아직도 산타가 있다고 믿는 나에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낀 이야기였다. 눈에 보이는 산타가 현실에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딘가에 산타가 있다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그뿐이다. 희망이나 동심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쉬웠던 짧은 습작 세 편은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서 좀 더 완성된 작품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열일곱 작품의 창작 배경과 뒷이야기를 정리한 작가님의 후기를 작품과 번갈아가면서 읽어볼 수 있어서 부족한 나의 작품 이해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왜 신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고 치료제도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었을까?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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