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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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 <개가 있는 계절>은 12년간 학교를 지켜온 개와 함께한 시간의 일부를 가진 학생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이어집니다. 학생들 각자의 삶 일부에는 강아지 고시로가 있고, 그 시절이 주는 변함없는 안정감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고시로라는 개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의 시선, 동물의 시선 등 당사자가 아닌 눈으로 보면 훤히 보이는 사실은 읽는 독자의 궁금함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응답하라 시리즈라는 기대평을 보고 이 소설을 읽었다면 특유의 발랄함과 스펙터클한 재미가 없어서 다소 밋밋할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20대를 보내는 동안 도피처를 찾는 것처럼 읽은 책들이 모두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의 일본 소설을 즐겨 읽었기에 개가 있는 계절을 읽으면서 그 시절이 떠올라 잠시 감상에 빠졌답니다.

1988년부터 2000년 사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기도 하고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다마고치나 대학 때 사용했던 삐삐도 등장합니다.

학교 안이나 교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조금 더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고베 지진을 겪는 나쓰코 가족의 이야기나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이야기 등 일본 특유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일본은 연호를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헤이세이 시대는 20세기 말~21세기 초기까지의 시기를 구분해서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그 이전이 쇼와시대로 1989년을 평성1년으로 표기합니다.

새 왕이 즉위하면 달라지는 연호로 부동산 계약이나 은행서류, 관공서의 문서까지도 모두 대대적으로 수정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런 비효율적인 관행은 왜 없어지지 않는 걸까요.


"모든 부분에서 내가 좀 더 어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

고시로는 그녀 앞에서는 '시오미' 라고 무뚝뚝하게 부르면서 강아지 앞에서는 '유카'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수줍은 학생이었어요.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서라고 말한 걸 보면 자신의 처지에서는 이 짝사랑을 숙명으로 받아였나봅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그녀를 희망으로 생각하면서 꿈을 이루어나가지요.

후에 옛날보다 더 매력적으로 변한 하야세 앞에 나서기가 부끄러운 유카도 멀리서 별을 보듯 바라보는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감정선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만나게 되는 걸까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재회한 사람 고시로와 유카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고시로는 왜 좀 더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남아요.


너무도 오랜만이라 소설책을 읽는 것이 오래간만의 설렘이었고 또,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듯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요.

앞만보고 직진만 하기보다는 주변과 옆도 내어주는 느긋함도 필요한 시기에 단비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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