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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호러, 서스펜스 느낌이 강했던 미스터리를 발표해오던 기시 유스케가 천 년 후의 일본을 무대로 내놓은 광대한 스케일의 판타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미래 세계가 흔히 생각하는 최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정신적 능력이 비약적 발전을 이룬 세계로, 그 생활 모습은 오히려 과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카누와 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아이들. 학교에서 옹기종기 모여 공부를 하고 자연 학습을 하는 아이들...그러나 결정적으로 지금의 우리들과 다른 점은, 그들이 주력이라 불리는 일종의 초능력,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력은 또한 개개인마다 시기와 그 특성이 다르게 발현된다.
이런 배경 하에, 평화로운 가미스 66초 마을에 사는 여섯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마을의 금줄, 팔정표식 안에서 생활하며 주력을 가진 어른들이 가르쳐주는 지식을 습득하며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들은 주력에 눈을 떠 하나둘씩 진급을 하는데, 이 책의 서술자인 주인공 사키(女)는 좀처럼 주력에 눈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열등감과 불안에 떨던 사키는, 어느 날 밤 그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님의 대화를 듣게 되고, 그때부터 불온한 무언가를 감지하는데...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평화. 그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자연스럽지는 않은.
평화의 지속을 위해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사실의 일부를 왜곡하고 은닉하는 마을의 지도자들.
어느 여름, 주인공 사키와 그 친구들은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과제 수행 중에 알아서는 안 될, 지도자들이 숨겨왔던 지식의 일부를 접하게 되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의문을 품게 된다.
주력이라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선민의식에 빠져, 요괴쥐로 대변되는 주력이 없는 그 외 생물들을 지배하는 일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그러진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배와 피지배 계층을 나누는 '주력'. 그렇다면 지배계급이 주력을 잃게 된다면? 아니면 피지배계급이 주력을 손에 넣게 된다면?
부자연스러운 그들의 세상에 의문을 가진 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균열은 점점 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인간과 요괴쥐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주인공들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과정 속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이 가진 일그러진 모습을 낱낱이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가지는 어리석음으로 인한, 반복되는 역사의 어두운 면을 그리면서 사키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천 년 후, 인간의 사회는 또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쉬운 점. 1권에서 마리아와 마모루라고 하는 비극의 원인처럼 그려지는 인물들이 있는데, 그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서 사건 전체에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