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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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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이자 추리소설가였던 작가가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연령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이 볼 때는 판사직이 더 좋아 보이는데 왜 변호사가 되었을까 싶다.

이 <판결의 재구성>을 읽어보고 마음대로 상상해보자면, 일고의 여지도 없는 확신이 설 때만 피고(가해자)에게 유죄를 판결할 수 있는 판사라는 직업이 가진 일종의 한계에 지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심정적으로 유죄를 내리고 싶어도, 일말의 의심의 여지 때문에 유죄 판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우리 생각보다 많은 듯싶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용산 살인사건이나 낙지 살인사건 등, 당시 뉴스로 많이 접했던 일들이 그런 결말을 맞게 된 이유나, 그 후의 진행을 알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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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독서에 대한 갈망을 눌러버리는 춘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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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없는 환상곡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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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 미스터리.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비 내리는 밤에 읽어서 그럴까, 마치 음악이 고요한 밤의 베일을 두르고 내가 지금 있는 공간을 채워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력적인 천재 피아니스트 마사토. 그를 따르고 그의 음악성에 매료된 사토하시.
사토하시는 마사토와 함께 했던 과거의 짧지만 농후했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그 기억 속에서 마사토는 천재 특유의 굴절되고 심술궂은 모습을 보이지만, 그의 음악만은 절대적이다.
마사토의 피아노 연주, 특히 슈만 연주가 가지는 마력에 이끌리는 평범한 재능의 소유자 사토하시의 고뇌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윽고 사토하시와 마사토가 다니는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사토하시는 그 사건과 마사토 사이의 연관성을 깨닫는다. 그 순간 마사토에게 비극이 일어나고, 작품은 끝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든다.

이 소설은 분명 음악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음악과 소설이 더욱 긴밀하게 하나로 어우러지고, 빠른 템포로 거듭되는 반전을 선보이는 후반부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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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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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라, 흔히 하는 얘기가 '특별한 능력에는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정당하게 직접 벌어도 큰 돈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은데, 출처를 모르는 산더미 같은 돈을 줍게 된다면? 신고를 한다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고,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만일 무사히 그 돈을 차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평생 불안에 짓눌릴 것이다.

심플플랜은 그런 상황에서 돈을 꿀꺽, 먹기로 작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행크, 제이콥 형제와 제이콥의 친구 루, 이 세 사람은 우연히 눈 내린 숲 속에서 추락한 비행기와 40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돈을 발견하고, 이 주인 없는 돈을 나눠 갖기로 한다.

단, 조건이 있었다.

돈을 쓰지 않고 6개월을 기다린다. 주인공이자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 행크가 보관하는 것이다.
6개월 후면 눈이 녹아 비행기가 발견될 것이고, 그 후에도 돈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주인 없는 돈으로 간주하고 분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해 보이는 계획은 직업이 없는 제이콥과 루 때문에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직업도 없고 수중에 돈도 없는데, 머릿속에는 주운 돈이 둥둥 떠다닌다.
'조금만 쓰면 안 될까. 어차피 6개월 후면 내 돈인데.'
그들은 주인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포기하기로 한 계획을 잊고, 점점 그 돈에 매달리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였던 계획이, 돈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애쓰는 행크와 그 돈을 조금이라도 먼저 쓰고 싶어 안달하는 루 때문에 점점 복잡해지고, 급기야 행크는 살인까지 무릅쓰게 되는데... 



꼼꼼히 읽으면 오히려 재미 없을 소설. 가독성도 좋으니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따라 빠르게 읽기를 권한다. 주인공은 결국 돈도 잃고 가족도 잃고 도덕성도 잃고, 정말 모든 것을 잃는데, 사실 난 마지막에 이런 스토리를 상상했다. 돈의 주인은 어느 부호의 딸을 유괴, 살해한 납치범이었는데, 그 범인이 행크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행크의 딸을 유괴, 살해해 다시 그 돈을 빼앗아가고, 주인공은 망연자실. 끝....그러면 너무 암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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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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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서스펜스 느낌이 강했던 미스터리를 발표해오던 기시 유스케가 천 년 후의 일본을 무대로 내놓은 광대한 스케일의 판타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미래 세계가 흔히 생각하는 최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정신적 능력이 비약적 발전을 이룬 세계로, 그 생활 모습은 오히려 과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카누와 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아이들. 학교에서 옹기종기 모여 공부를 하고 자연 학습을 하는 아이들...그러나 결정적으로 지금의 우리들과 다른 점은, 그들이 주력이라 불리는 일종의 초능력,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력은 또한 개개인마다 시기와 그 특성이 다르게 발현된다. 

이런 배경 하에, 평화로운 가미스 66초 마을에 사는 여섯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마을의 금줄, 팔정표식 안에서 생활하며 주력을 가진 어른들이 가르쳐주는 지식을 습득하며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들은 주력에 눈을 떠 하나둘씩 진급을 하는데, 이 책의 서술자인 주인공 사키(女)는 좀처럼 주력에 눈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열등감과 불안에 떨던 사키는, 어느 날 밤 그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님의 대화를 듣게 되고, 그때부터 불온한 무언가를 감지하는데...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평화. 그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자연스럽지는 않은. 
평화의 지속을 위해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사실의 일부를 왜곡하고 은닉하는 마을의 지도자들.
어느 여름, 주인공 사키와 그 친구들은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과제 수행 중에 알아서는 안 될, 지도자들이 숨겨왔던 지식의 일부를 접하게 되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의문을 품게 된다.

주력이라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선민의식에 빠져, 요괴쥐로 대변되는 주력이 없는 그 외 생물들을 지배하는 일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그러진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배와 피지배 계층을 나누는 '주력'. 그렇다면 지배계급이 주력을 잃게 된다면? 아니면 피지배계급이 주력을 손에 넣게 된다면? 

부자연스러운 그들의 세상에 의문을 가진 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균열은 점점 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인간과 요괴쥐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주인공들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과정 속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이 가진 일그러진 모습을 낱낱이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가지는 어리석음으로 인한, 반복되는 역사의 어두운 면을 그리면서 사키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천 년 후, 인간의 사회는 또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쉬운 점. 1권에서 마리아와 마모루라고 하는 비극의 원인처럼 그려지는 인물들이 있는데, 그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서 사건 전체에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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