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길 인생의 길 - 학문의 외길을 걸어온 실천적지식인 12명의 삶과 학문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계간지 『역사비평』에서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다. 애초에 우리나라 학계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내면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지식인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사상을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바로 '지식인'의 존재근거와 규정이다. 단지 학문적 깊이가 심오하고 많은 공부를 한 사람도 분명 지식인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식인은 사전적 의미의 지식인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 지식인의 존재규정 또한도 사회적으로 평가되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이 단지 자신이 걸어왔던 학문의 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그 성과가 출중한 것에 그쳤다면 이들은 이렇게 책에서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사회적으로 존경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은 평생을 통해서 그 누가 쉽게 접근할 수 없을 만큼의 학문적 깊이와 성과를 만들어냈다. 우리 사회에 탁월한 '학자' 또한도 이들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학문의 길 인생의 길>에 등장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현실을 올바로 바라보면서 현실을 왜면하지 아니하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사회적 관계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살아왔던 우리의 사회는 어떠했을까.

근대적 질서를 확립하기도 전에 일제의 점령을 받았던 우리에게 근대화의 길은 요원한 것이었다. 하기에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고 학문체계와 성과 또한도 상당히 보잘 것 없는 것에 불과했다. 해방을 맞이하면서 근대적 학교를 세워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영역은 고사하고 읽을 수 있는 책들도 부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학문의 길을 걸었고 우리나라에 그 성과를 환원했다. 즉 이들은 선구사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우리나라 학계의 1세대 혹은 2세대의 위치는 차지했다.

불모의 땅에서 희망을 일구어낸 이들은 어찌보면 부와 명예의 탄탄대로를 질주하는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몇 차례씩 감옥에 다녀왔고 정보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는 것이다. 바로 진정한 '지식인'의 길을 갔던 것이다. 앞서 지식인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존재규정이 내려진다고 했다. 20세기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암흑이었고 야만이었다. 그 야만의 시대에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침묵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 어둠을 걷어내려고 노력했다. 즉, 지식인은 사회의 억압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외로운 길을 가는 사람이라 규정할 수 있기에 이들은 참 지식인이라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지식인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이다. 선생님 보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모두들 현역에서 은퇴한 이들은 후배들에게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양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겸손하라...' 이것은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충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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