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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광시곡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4년 4월
평점 :
이 책은 과거 '교원노조 운동'으로 인해 옥고를 하신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라의 감시를 받으며,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던 그 시절의 아버지 모습을 작가는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처음 이 글을 써내려 간 것은 SNS 였다. 거기서 썼던 글을 모아 이렇게 하나의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은 아주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래서인지 어디서부터 읽어도 글은 마치 연결된 듯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작가의 의도는 아닌것 같지만, 자유롭지 못했던 삶에 대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간 형식이 상반되어 아이러니하면서도 더 마음에 와닿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광시곡'이라는 표현은 책의 모든 것을 내포하기에 딱 알맞다는 감탄이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두가지였다.
"나를 일찍이 동시 시인으로 데뷔시킨 아버지가 내가 문학에 몰두하는 걸 그리 반대했으니 자가당착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법대에 들어가 판검사가 되길 바라던 아버지가 어린시절 작가의 글을 읽더니 조용히 그 글을 응모한 것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결국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들이 쓴 글이기에 소중히 했던 것일까. 일찍이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것일까. 나는 이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겐 이 장면이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랑을 주는 데도 아픔이 따르지만, 사랑을 받는 데도 아픔이 있는 법이다."
작가는 아버지가 자신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며, 그저 자신의 마음대로 아들을 이끌려고 한 것에 반항심이 들었던 어린시절에 비해 지금은 그것이 더 깊은 차원에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나 역시 책의 초중반 아버지의 고집과 강압적인 행동에 눈살이 지푸려지기도 했지만, 작가의 아버지가 (교원노조운동으로 인해) 끌려가는 순간까지도 아들이 있던 반을 바라보던 장면을 전환점으로 아버지의 진심을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사랑을 주는 방식이 달라 그것을 받던 당시에는 아팠겠지만, 결국 뒤늦게 그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나에게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초콜릿같은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