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일본의 근대화과정과 어떠한 연관의 함의를 지니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그랬단 말인가!한국의 사회에 있어서 번역의 중요성을 선구적으로 지적한 인물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올 김용옥이다. 그 저서 안에서 한국적인 번역의 상황과 그것의 졸렬함으로 인하여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인문학 분야. 뿐만 아니라 학문의 전분야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기억한다. 어쩌면 내가 마루야마 마사오를 처음 접한 곳도 그 책이기에 잠시 언급해 보았다.'일본의 사상'으로 잘 알려진 소위 일본 학계의 천황격인 마루야마 마사오의 이 책은 필자가 밝힌 번역의 적실성과 그것이 근대화에 대해서 미쳤던 파급의 효과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번역'이란 단순히 외국의 서적을 한국어로서 옮기는 트랜슬레이션의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적인 상황속에서 그가 던지는 문제의식과 메세지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마사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의식의 혁명이었다.'과연 그러한가.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의미의 번역이 일본을 그토록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키워주었던 밑거름이자 토대였단 말인가. 마사오는 그들이 메이지 정권의 교체에서 이루어졌던 '번역'의 작업의 과정을 그 시댜에 국한되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에도시대의 '오규 소라이'까지 거슬러 소급하고 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사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과 더불어 그들의 '것'을 알고자 하는 정력적인 의식의 전환이야 말로 일본의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사적인 사상과 문화와 예술과 문학과 군사 그리고 경제력 더불어 과학의 이르는 전분야 있어서 가장 먼저 의식하고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번역이라는 곳에서 찾았던 그들의 근대화 과정은 작금의 일본을 있게 한 기동력이 된 것이었다. 그것은 '의식의 전환'과 '세계를 보는 태도'의 탈바꿈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저서에서 가장 활발한 최신의 저서를 모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해 주었던 일본은 근대화라는 제국주의의 과정 속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그것을 통하여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었던 것이다.하이데거가 말한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언명은 바로 사유를 가능케하는 기반을 찾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바로 번역이라는 차원에까지 미치게 된다. 단순한 동일어의 변환이 아닌 사유의 전환을 일으켰던 일본 근대의 지성의 통찰력과 예지력은 바로 번역이라는 상황 속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장 천대시하는 번역의 문제가 이토록 힘을 발휘할 줄은......정말로 그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