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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병 ㅣ 범우고전선 7
키에르 케고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 철학의 전 흐름에 비추어 보았을 때, 키에르케고르는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음에 틀림없다. 당시 19세기의 서양 철학사는 헤겔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마치 오르지 못할 등반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에르케고르는 그 거대한 산맥을 타는 것이 아니라 그 우회로를 거쳐서 그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주체성(subjectivity)'이라는 무기였다. 그것은 헤겔이 정대정신으로 세계를 휘어잡아 온 힘에 대한 반란이었다. 사회 공학도로서의 세계는 그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빠져버린 듯한 영감을 던져 주었다. 그것은 나의 삶! 나의 실존함! 이었다. 지금가지가 케에르케고르에 대한 철학사적인 맥락이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그리 쉽지 않은, 아닌 어려운 책이다. 왜냐면 그 내용의 난해함도 있지만, 나의 삶을 내가 주인으로 사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만틈 이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전자의 어려움은 이해의 정도에 기인하지만, 후자의 어려움은 살아간다는 체험적인 삶에 기반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이겠지만, 그것을 동일한 우리의 언어로 환원한다면, '어렵다'라고 할 수 있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죽음에 이르는 병 즉, '절망'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을 펼치고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너무도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을 쉽게 풀이한다면, 나의 삶에 대한 철저한 절망을 통하여 참된 자기를 들여다 보는 삶의 태도와 자세를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면 무난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더 키에르케고르는 '神'이라는 거대한 주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릐 이러한 생각은 '비약(sprung)'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절망을 경험하고 확인하는 순간에 신으로의 단독자로서 우뚝 서는 것이다.
'인간의 삶의 방식은 자기와 자신과의 관계맺음'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언명처럼, 끊임없는 자기 확인의 지속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 그리고 던지는 생의 목소리는 본래적인 절망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그 가운데 신으로 회귀하는 삶이기를 바라는 절규처럼 들려 온다.
우리는 정말로 자신의 주인처럼 살고 있는가? 누군가에 따라서 삶은 맡겨버리는 자는 아닌가? 사회가 고도로 분화되기 시작하면서, 현대적인 삶은 그야말로 쉴새없는 순간의 연속이 되어 버렸다. 자기를 돌아보려는 시간도 그리고 반성하려는 상황도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려진지 모르다. 주어진 상황을 고민도 없이 그냥 즐기자는 세태가 되어버렸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이 물을을 던져본다. 나는 실존하고 있는가? 우리는 실존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