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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 - 이춘길 소설집 ㅣ 걷는사람 소설집 3
이춘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춘길작가의 여러 단편들이 엮어 있는 단편소설집들의 종합이다.
처음을 장식하는 형사 K 의 미필적 고의는 친형의 실종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 K 와 형의 실종으로 인해 그동안 형에게 빌려준 차의 범칙금이나 공과금을 납부하기 억울한 화자가 이를 췻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았다가 형사 K 가 형의 실종과 관련되지 않았나 추궁하는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의 막다른 선택은 형사 K 의 고의적인 압박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라 이야기하는 심지적인 묘사가 멋들어진 단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번째 이야기인 동파가 책을 읽는 내내 장면들이 눈앞에 보여지듯이 선명한 광경이 절로 그려졌다.
회계일을 하던 주인공은 업무파트너 회사의 직원인 J 와 협력관계로 일을 하다가 그만 선을 넘게 된다. 이미 유부남인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싶어하고 불륜녀인 J와의 일이 아내에게 알려지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막대한 손해가 있을것임을 알고 친구인 이혼전문 변호사인 박변호사의 제안으로 영동지역으로 추정되는 P 시로 떠나게 되는데 겨울에 사랑의 도피를 한 두 사람이 정착한 곳은 군인들과 지역공장들이 보이는 회색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눈발이 이 지역을 뒤덮고 마는데.
눈이 올때마다 눈을 치우는 관리인의 모습이나. 윗집에서 동파로 수도를 부수는 모습. 그리고 주인공에게 공구를 건내는 장면이나 마치 마음의 짐을 부수는 장면처럼 수도관을 공구로 내리치는 장면. 그리고 결국에는 한파의 끝에서 물탱크가 터지며 그대로 아파트를 얼음으로 덮어버렸다는 그 그로테스크한 상상과 등장인물들의 군상이 잿빛 풍경을 연상시키는 이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병원을 풍경으로 하는 관리인의 이야기도 마치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듯 흥미가 있었고 주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대단하게 보여졌다.
멋진 단편들을 읽으며 다음 이야기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