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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공부 사전 ㅣ 슬기사전 4
김원아 지음, 간장 그림 / 사계절 / 2023년 2월
평점 :
슬기롭다는 말은 똑똑하다는 말보다 덜 부담스럽고 지혜롭다는 말보다 더 다정하게 들린다. ’슬기로운’ 이라는 말이 드라마에서든 책에서든 대화 속에서든 요즘처럼 찰떡궁합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도 ‘슬기로운 생활’이 있었는데, 이제 그 말은 일반인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교과 영역이 되었다. ‘바른 생활’을 공부하면 왠지 바른 사람이 될 것 같고, ‘슬기로운 생활’을 공부하면 왠지 슬기롭게 성장할 것 같고, ‘즐거운 생활’을 공부하면 왠지 삶이 매일매일 즐거울 것만 같은데.... 때로는 언어가 사람을 이끌고 삶을 형성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운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슬기로운 공부 사전』이 눈에 확 들어온 것일까. 이 책의 1장에는 ‘공부 싫어’, ‘자신 없어’, ‘재미없어’, ‘놀고 싶어’, ‘집중 안 돼’, ‘노력 싫어’, ‘불안해’ 등 우리 아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들이 등장한다. 책을 넘길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을법한 말들과 함께 그런 아이들 옆에서 가만히 다독여주는 듯한 문장들이 귀엽고 예쁜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면 ‘이거 내 마음이랑 완전 똑같잖아’라고 말을 했다가도 다음 쪽을 읽으면 ‘맞아, 그렇긴 하지’ 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기의 할 일들을 슬며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2장에서는 ‘흥미’, ‘목표’, ‘연습’, ‘태도’, ‘자기관리’ 등 의미 있는 하루하루가 모여 멋진 내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밑바탕을 어떻게 연습해 나가면 좋을지 알려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함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도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조바심 내는 어른은 아닌지, 늘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라고 교과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도 아이의 백점 맞은 시험지를 기대하고 있는 어른은 아닌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도 게임 좀 그만하고 영상 좀 그만 보라고 다그치는 어른은 아닌지.... 이렇게 엄마 반성문을 쓰고도 집에 돌아가면 또 같은 모습이 되는 어른은 아닌지....
그런데 사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른들도 누군가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고 어깨를 쓰담쓰담 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반복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삶입니다.’(7쪽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