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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옥 실종 사건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6
전여울 지음, 가지 그림 / 사계절 / 2023년 1월
평점 :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주인공의 ‘실종 사건’이라는 제목 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가지 님의 표지 그림이 너무 신비롭고 예뻐서 좋았다. 이상하게도 책표지에 먼저 반했지만 주인공이 올라 서 있는 줄이 처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상의 법도를 따지고 남녀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별되어 있던 시대에,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서 누구보다도 근심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을 대감집 따님 윤초옥. 그런 그녀가 사당패의 줄타기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 마법처럼 외줄을 타고 있는 표지 그림이 떠올랐다. 덕분에 이어질 내용과 초옥과 이해 두 친구가 꿈꾸는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사당패 줄타기꾼의 아들인 이해는 줄타기꾼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램과는 달리 담장을 좋아한다. 담장이란 수수하고 엷게 화장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런 이해의 비밀을 알게 된 홍단은 너무 가난에서 스스로 기녀가 되었지만 기녀를 넘어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예인이 되고자 한다. 남자가 화장을 하는, 또는 화장을 해주는 일을 좋아한다고 하니 ‘편한 길을 가기는 힘들(82쪽)’ 것이다. 그리고 이해의 도움을 받아 줄타기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하는 초옥은 ‘기예를 쉬운 장난하듯 생각(90쪽)’하고 ‘위험한 일에 제(홍단) 벗을 끌어들인(94쪽)’ ‘어린 날의 치기(135쪽)’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윤대감 댁에서 초옥, 이해, 홍단 셋이서 공유한 비밀을 알게 되고 양반의 법도에 어긋난 초옥의 행동을 무마시키기 위해 초옥의 결혼을 서두르게 된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간절히 원하고 마음껏 좋아하는 게 멋진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초옥 아씨예요.’(124쪽)
‘아무리 어려도, 조금 서툴러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지는 않습니다.’(135쪽)
줄타기를 향한 초옥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리려는 이해의 말에는 꽁꽁 숨겨 둔 자신의 진심 역시 담겨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을 길을 꾸준히 걸어가기로 다짐하는 주인공들의 의지와 우정이 튼튼한 줄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