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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우주 ㅣ 사계절 아동문고 111
길상효 외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3년 12월
평점 :
『나라는 우주』는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나를 만나고 가장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야기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면서도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로 가득해서 뭔가 낯설고 특별하다. 하지만 그 안에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실수하고 생각하며 성장하는 이야기 밖의 우리를 닮아 있어서 공감과 울림을 준다.
「내가 좋아서」는 머리 위에 피워내는 꽃의 이름으로 인정받고 기억되는 세상에서 ‘나라는 우주’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아직 꽃 피울 때가 되지 않았거나 꽃 피울 일이 없는 아이들은 머리에 아름다운 봄꽃을 피워낸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다. 일찍 향기로운 봄꽃을 피워낸 조이는 꽃송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의 눈부신 봄꽃에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덥수룩한 잡초 더미를 얹고 다니면서도 의연한 강이와 학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봄꽃 어린이인 사촌 언니가 머리를 박박 밀고 나타나면서 봄마다 봄꽃송이만 세워본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이제 조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38쪽) 이제 조이는 봄꽃 대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머리를 간질이며 뿌리 내리고 있는 작고 여린 것이 언젠가 자신의 이름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티콘 필터」의 주인공 유나는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친구 지이가 전학 오면서 고민에 빠진다. 친구들이 자신과 지이를 헷갈려하는 것이 싫고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는 지이가 못마땅해서 이모티콘 필터를 이용해 모습과 표정을 바꾼다. 미술 대회 준비를 위해 연습실에서 함께 남아 그림을 그리면서 갈등은 점점 커진다. 하지만 미술 대회에서 같은 주제라도 자신과 지이가 그려내는 작품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이모티콘 필터를 끄게 된다. 이제 유나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지이에게 내밀면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될 것이다.
(66쪽) 같은 풍경, 닮은 얼굴, 다른 그림들...... 우리의 외모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고 해도, 어쩌면 뇌의 생김새까지 비슷하다고 해도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당연하다. 나는 나일 뿐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그 애를 의식하고 비교했을까?
「우울할 땐 모하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영이가 ‘나만의 우주’를 찾아나선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님께서는 미술 학원을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그런 소영이 앞에 ‘우울을 자기 의지로 다스리는,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고 늘 평온한’(86쪽) 우울력자 모하나가 전학을 온다. 하나와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소영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그림 블로그 소개 동영상을 통해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이제 소영은 붓끝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화가가 될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림으로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신나게 하는 거? 행복하게 해 주는 거, 맞아?’(105쪽) 라며 기쁘게 외치던 소영처럼 『나라는 우주』를 읽는 내내 해랑 작가님이 그려낸 이야기들 덕분에 많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