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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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혹은 그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관한 소설로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김훈의 화장, 정미경의 성스러운 봄을 단연 으뜸으로 생각했는데, 동화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를 다룬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으면서 죽음 이후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가까운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메뉴판처럼 다가오는 절차의 선택지에서 순간 죽음을 잊고, 몰아치는 일처리 사이에서 눈물 흘릴 시간조차 놓친다. 그리고 슬픔은 어느 날 후폭풍처럼 밀려온다.

교통사고로 소중한 친구를 잃은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지 못한 낯설음을 느꼈다. 친구의 사고 소식을 듣고도 눈물이 나지 않아 관계의 깊이가 얕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 주인공과 기소영을 중심으로 친구로 묶일 수 있었던 저마다의 사정이 하나씩 하나씩 펼쳐진다. 아마도 어른들이 배제시킨 소영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기소영의 친구들-채린, 영진, 연화, 나리, 호준-은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게 되었을 것 같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살다가 어느 날 마주하게 된 죽음 앞에서 모르고 살아온 시간들과 잊고 지내온 세월들에 미안해졌다. 금기라도 되는 것처럼 가능하면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될 수 있으면 건드리지 않고 지내는 것, 그리하여 세월의 더께에 조금씩 무뎌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소영의 친구들은 말한다. 떠올리고 이야기하고 기억하라고, 슬픔과 그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그렇게 추억하라고....

10월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11월에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는 사이에 말하기 힘든 죽음을 보았고 말할 수 없는 죽음과 마주쳤다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고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에작은 입김 한 번에도 쉽게 꺼져버리는 촛불처럼 연약한 생명 앞에 더 큰 숭고함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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