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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평점 :
우리는 현재 살기 좋아졌다고 말한다. 거리는 깨끗해졌고, 범죄는 줄었으며, 의료와 복지 시스템은 정교해졌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문제 없어야 하고, 민폐가 아니어야 하고, 관리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더 행복해졌을까?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구마시로 도루는 현대 사회가 추구해 온 ‘건강, 청결, 질서, 효율’이라는 가치가 오히려 사람들을 더 예민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사회학 책이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역사적인 내용도 상당히 많이 담고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통계자료를 참고로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20세기 후반의 일본은 경제성장을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오늘날의 일본은 과거보다 훨씬 안전하고 정돈된 사회가 되었다.
기업은 ‘화이트 기업’을 지향하며 법과 규범을 지키고, 사회는 차별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서 개인이 점점 더 ‘문제 없는 사람’이 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가 깨끗해질수록, 그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는 쉽게 배제되거나 교정의 대상이 된다.
어느 기업의 서비스가 좋을수록 직원들은 더 빡세게 일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특히 정신의료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매우 공감되었다. 원래 정신의료는 고통받는 개인의 편에 서야 하지만, 때로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을 선별하는 장치처럼 작동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인간을 ‘정상’으로 규정하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기 관리와 자기 계발을 요구받는다. 그 과정에서 불안, 우울, 열등감이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일본 뿐 아니라 한국도 똑같단 생각을 했고 자살율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예로 들며, 지나친 경쟁과 비용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개인의 삶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도시는 깨끗하고 안전해졌지만, 집값은 높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점점 더 부담이 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만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는 왜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에서 불안하고 예민해졌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떠올렸다.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더 높은 기준 속에서 비교당하며, 더 완벽한 모습을 요구받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작은 실수에도 쉽게 위축된다. ‘쾌적함’은 분명 중요한 가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강조될 때 인간의 다양성과 여유를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옛날 시절엔 분명 당시의 불평불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진화했고 쾌적한 사회에 살다보니 아 옛날이 좋았어. 라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착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는 소중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이 숨 쉴 공간은 충분한지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게 하며, ‘정상’과 ‘문제’의 기준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