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2
김경민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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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시를 읽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씩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는 하지요. 제가 모르는 좋은 시가 어딘가에 숨어있을까 싶어 문득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시는 봄과 가을, 겨울과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여름에는 시가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이 책은 먼저 책의 책명에 이끌려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니 좋은 시 50편이 실린 에세이의 형태라는 글에 '그래, 여름에 읽는 시의 느낌'이 어떤 건지 알아도 볼 겸 읽어보자 마음을 먹고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이 책은 김경민 작가의 책인데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하시다가 그만두시고 지금은 책을 쓰는 작가로 생활하시는 것 같네요. 작가 소개란에 있는 보르헤스가 했던 말이 참 좋네요. 그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두어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이 책의 구성은 시를 하나 소개하고 그 시에 맞는 주제나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가 풀어 이야기하는 형식의 글입니다. 5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작가의 에세이적인 글 속에도 다른 시들이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더 많은 시를 접할 수 있기도 합니다. 소개되는 시는 요즘에 나오는 현대시뿐만 아니라 예전 유명 시인들의 시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그 점이 좋았습니다. 가령 기형도, 김소월 시인님의 시들과 함께 이병률, 박준 시인의 시들도 이 책에 함께 있어 예전 시와 현대 시를 나누지 않고 좋은 시들의 모음집 같은 느낌이 저는 좋았습니다.

이 책은 <1부 - 이별과 상실, 그 이후>, <2부 -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구성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는데 저는 1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네요. 언젠가는 2부의 시들이 더 가슴을 울릴 때가 있을 것도 같지만 지금의 저는 아직 사랑과 이별에 흔들리고 약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알고 있던 시들도 제법 이 책에 있었는데 새로운 좋은 시를 만나게 되는 기쁨 또한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찾은 그런 시는 책의 75페이지에 있는 <목련 후기 - 복효근>라는 시와 104페이지에 있는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라는 시입니다. 목련 후기는 이별에 대한 시이고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라는 시는 사랑에 관한 시입니다. 어쩜 이렇게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사랑과 이별을 표현하는지 시라는 것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네요.

여름에 읽는 시는 좀 색다른 느낌이 났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은 조금 시원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름다운 표현과 섬세한 감정의 울림 같은 것들이 잠시나마 그 더위를 잊게 해주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지금도 여름 하면 시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종종 여름에도 시를 찾아보아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여름의 수국, 접시꽃처럼 뜨거움 속에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그런 시를 만나봐야겠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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