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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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을 단순히 뉴스나 텍스트로만 접하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그 사건에 감정적 동화를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면, 그러니까 그 사건의 당사자나 그 주변인의 이야기를 구성해 하나의 이야기로 그 사건을 접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사건에 집중하고 감정적 동요를 느끼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고 이야기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5월 18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부끄럽지만 큰 관심이나 생각이 딱히 없이 살아오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그리고 영화 [택시 운전사] 같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일, 그 비극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슬픈 내용의 소설일 것이란 생각이 가득 들었고 요즘은 슬픈 이야기는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지만 이 책이 5월 18일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읽어보았습니다. 5월에 일게 되어 그 느낌이 조금은 남다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명수라는 인물입니다. 이런저런 공장을 다니다 공장에 신입으로 들어온 희순이라는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버리고 그것으로 인해 명수의 삶은 달라집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명수가 희순을 만나지 않았다면 명수는 그날 그곳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희숙은 일이 아주 서툴렀는데 그녀는 알고 보니 대학을 다니다 학생운동으로 수배가 내려져 몸을 숨기고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동권 선배들이 하고 있는 '들불'이라는 야학을 조직하여 노동자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민주화 운동 또한 하게 됩니다. 희숙에게 마음이 가 있던 명수도 당연히 이 야학에 들어가고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멋진 인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명수는 자신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 명수는 야학에서 만나게 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5월 26일 저녁 7시부터 5월 27일 새벽 5시 15분까지의 시간에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엮어 내었습니다. 계엄군이 온다는 소문과 함께 시민 군들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과 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 긴장감과 가라앉은 분위기는 책을 통해 잘 전달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중간중간 각 인물들의 과거와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에피소드 형식처럼 이어졌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와 민주적 사회를 갈망하는 한 명의 소시민일 뿐이라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잘 전달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계엄군이 도청에 밀려들어옵니다. 시민 군들은 그런 계엄군에게 총을 들이댈 뿐 쉽사리 쏘지도 못하고 덜덜 떨거나 고민을 하다 총알에 맞아 죽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의 그 글들은 좀 읽기가 힘들었네요. 그 일이 멀지 않았던 과거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런 분들의 희생으로 한국은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유와 희망에 대한 갈망과 희생으로 지금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역사는 그저 먼 일이 아니라 지금껏 이어져 오는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이자 교훈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희순의 마지막 이야기는 반전이 있었고 그래서 마음이 애잔했습니다.

 

 

나는 도청에 있으면서 목숨이 아깝다거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으니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는 민주화도 투쟁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뿐이다. 그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다. 내게 그것을 가르친 사람은 희순이다.

(p. 67)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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