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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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는 보물섬이다.

(p. 16)

에세이를 좋아해 여러 종류의 에세이를 보았지만 건축과 공간을 주제로 한 에세이는 처음 보게 되었네요. 이 책의 저자이신 유현준 건축가는 tv프로그램인 알쓸신잡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그의 책들도 주목을 받았던 점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그래서 한번 읽어보려 메모해두었는데 그 책들을 읽어보지 못했고 이렇게 새로운 에세이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이런 문장이 있었는데 참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 지나던 길이나 생활하던 공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는 글이었죠.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만든 공간들과 내가 좋아하는 몇 곳을 소개하려 한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여러분만의 공간을 찾고 주변에 나누기를 바란다. 남들이 정한 '핫 플레이스'만 찾아다니는 것은 기성품만을 소비하는 것과 같다. 이 도시에서 여러분만의 공간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우리를 안고 있는 이 도시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여러분의 도시가 어려서 소풍 때 하던 보물찾기 놀이터가 될 것이다. 이 도시는 보물섬이다.

(p. 16)

위의 글에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 본인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많이 소개됩니다. 그래서 처음엔 조금 생경했지만 그 추억의 공간이라는 것들도 저의 유년 시절의 기억에 남아있고 혹은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들이 많아 거부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네요. 책의 목차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1. 나를 만든 공간들 : 유년시절

2. 나를 만든 공간들 :청년 시절

3. 보물찾기 : 내겐 너무 특별한 도시의 요소들

4. 보물찾기 :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5. 보물찾기 :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6. 보물찾기 :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

1장과 2장은 역시 작가의 개인적 추억이 많이 이야기됩니다. 그래서 '마당과 형'이라는 누가 들어도 미소 짓게 만드는 요소들을 소개하고, 차고를 고쳐 피아노 학원을 하셨던 어머니의 이야기, 골목길 등의 유년시절. 그리고 건축 공부를 위해 떠난 유학에서 만난 장소들과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세계의 건축물들의 이야기가 2장에 이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 2장보다는 3, 4, 5, 6장이 좀 더 좋았고 의미 있게 읽어보았는데 그것은 우리가 흔히 보거나 쉽게 생각하는 공간들을 다시 보고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장소나 공간을 꼽아보자면 저는 일단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에 크게 남았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가장 경제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나만의 방이다. 또한 창문 밖 풍경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이다.

(p. 270)

그러고 보니 자동차 안에서의 공간은 철저히 저만의 공간이 되어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거리낌 없이 부르고 괜히 혼잣말도 해보는 자유의 공간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라는 물질이 좀 더 다른 친근한 의미로 다가왔고 그 공간 속에서의 시간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소개한다면 <옥탑방> 이야기도 새로운 인식을 안겨 주었던 글이었습니다. 그 글 속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있었는데 이런 옥탑방이라면 왠지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네요.

드라마를 보면 가난한 주인공들은 옥탑방에 산다. 그곳에서 빨래를 널고 옆에 작은 화단이 있고, 꼭 평상이 하나 있다. 방이 옆에 있는 옥상은 마당이 되고, 평상은 대청마루 대용이다. 현대 도시에서 한옥과 가장 비슷한 공간은 옥탑방이다. 그곳은 이 도시에서 프라이버시가 유지되고 자연을 홀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여유가 된다면 옥탑방 앞에 작은 고무풍선 수영장까지 두고 발만 담가도 루프톱 풀까지 있는 괜찮은 펜트하우스가 된다.

(p. 181)

이 책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들어있는 책은 아니지만 건축과 공간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끔, 혹은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할 것입니다. 작가가 사랑하는 공간을 소개하는 이 책을 보며 저의 공간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만 같아 자꾸 유년 시간 그 어디쯤을 헤매고 있는 저를 발견하며 머쓱하게 웃어보지만 그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올해가 지나기 전 나만의 보물 장소를 찾아봐야지 다짐을 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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