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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이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사물과의 소통능력. 제이는 오토바이가 갖는, 제 주인과의 유대감을 파악할 수 있고, 철장에 갇힌 개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말하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늦은 오후 담벼락에 기대어진 사다리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홍등가 유리방, 유리가 내뱉는 아우성을 듣고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저스스로 밝혔듯 사람과는 그게 잘 안된다. 사물, 동물의 마음은 읽어내도 사람은 어렵다는 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나친 의미부여일지는 모르나, 사물들-말 못하는 것들-입은 있으나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울고불고 찧고 까불고 해도 상대에게 닿지 못하는 목소리의 주인들-아니, 그 목소리에게마저 빚지고 사는 계층들-중심부에 가닿지 못하는 모든 여집합과의 대화가 곧 표면적으로는 사물과의 소통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애초에 버려질 운명을 가진 제이. 돼지엄마의 손에서 유년을 보내다 그 마저도 오래지 않아 홀로 남게된 그는 복수를 꿈꾸다 되려 친구에게 뒷통수를 맞고 고아원으로 보내지게 된 것으로 이미 충분히 바닥을 맛본다. 이 불우와 비천함이 그로 하여금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하고 말 못하는 것들과 어울리게 만들었었는지 모른다. 자의든 타의든 독방에 갇혀 바깥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제이의 바깥이 세상이고 세상의 바깥이 제이를 필두로 한 말 못하는 폭주집단이라 할 수 있을까.
누가 정보를 흘렸을까, 대폭주의 날. 제이는 위화도 회군을 통해 역성혁명을 일으키는 혁명군 사령관 같았다. 그는 왜 밤거리를 질주했는가. 대폭주단과 대립점에 있던 이들은 누구였는가. 우리는 어느 쪽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것은 누구 기준인가......우리는 많은 폭력을 묵인해왔다. 직접 가담하든 방조하든, 때론 주머니에 손 넣고 핸드폰으로 사건을 기록해가며 주변부에 있었다. 다시 묻고 싶다.
대폭주단과 대립점에 있던 이들은 누구였는가. 우리는 어느 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