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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장대한 동슬라브 종가의 고난에 찬 대서사시
구로카와 유지 지음, 안선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2월
평점 :
신문을 보면 러시아사-우크라이나 역사는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인지 늘 2014년 민스크 협정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읽으면 코앞에 놓인 일만 읽게 되는 근시안적 시각을 갖게 돼 나 스스로가 답답했고,지나치게 복잡한 역사라 핵심 단어들이 따로따로 들어와 하나의 지도로 그려지지 않았다.
국내에 우크라이나 역사책이 출간된 것이 있지만, 굉장히 클래식한 데다 두꺼워 읽을 엄두를 못 냈다. 구로카와 유지의 책은 일본인 특유의 장점을 발휘되어 있다. 일본 문고판 총서들은 일목요연하게 흐름을 정리하는 게 특장점인데, 이 책 역시 유명한 총서 중 하나이고, 그런 면에서 역사적 시기에 유연하게 올라타 총체적인 흐름을 잘 보여준다.
예전에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등 러시아 소설을 읽으며 난관에 부딪혔던 건 바로 그 낯설고도 긴 이름 때문이었다. 러시아 영화 중 정말 수작인 <리바이어던>만 봐도 러시아인들은 이름만 긴 게 아니라 법정에서의 판결문도 길어 일반 대중을 무지몽매의 늪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역사 역시 방대한 분량이 독자를 멀찍이 제쳐두곤 했는데, 300쪽짜리 책으로 보니 시야가 좀 트인다.
불행한 일이 닥쳐서야 늘 역사를 읽게 되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2차대전이 끝나고 우리는 숱하게 2차대전 책을 쓰고 읽는다. 이 책은 전쟁 책이 아닌데도 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전쟁의 와중에 읽게 된다. 그 안에 고난에 찬 장대한 우크라이나 민족의 서사시가 펼쳐진다. 부디 이 전쟁이 더는 비극으로 번지지 않길 바라며,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기억하며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