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개정2판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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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확실히 심원하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함과 동시에 민주의 문제는 개시되지 않았을까? 니체는 권력의지라는 단어로 인류의 존재를 정리했듯이 민주와 그 주의는 권력의 배분과 그리고 시대적 정의에 관한 문제로서 그리고 영구 진행하는 것이다.

민주의 제 양태에 관한 사람들이 구분하는 시대적 단락은 있을지 몰라도 그 완성과 종료는 없을 것 같다.

87년 이후, 어느 대학에선가 파업전야라는 영화를 본 것이 기억나는데, 87항쟁과 연이은 노동투쟁 이후 확대된 표현의 자유 공간내에서 노동문제에 대한 선동적 계몽영화라고나 할까? 아뭏든 일정한 공장에서의 여러 인물들의 갈등은 여러 경로를 걸쳐 공포와 두려움을 떨치고 파업으로 나서면서 영화는 끝나는데.... 나는 그 영화를 보고 파업 전야는 알겠는데, 파업 이후는 어찌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걸 피할 수 없었다. 파업동조자의 연행. 무슨일이 있었느냐 또 다시 반복될 노동 현장. 그것이 현실이 아니었을까?  사실 우리는 여러 영화를 비롯한 여러 얘기들을 접하고 보지만, 얘기와 영화는 어떻든 마무리할 수 밖에 없겠지만,  현실은 끝이 없다. 내가 죽어도 이 정치와 현실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장집교수와는 정치적 지향이 명확히 다른 네그리의 다중을 읽었는데, 네그리 특유의 서양 고대사와 좌우 정파를 돌파하는 정리에 불구하고 포스트포드주의 이후의 주요 강조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다중의 우선성이 이 제국이 재배하고 있는 이 사회를 민주화시킨다는 얘기이다. 상대적으로 최장집 교수는 주로 영미의 정치학자를 언급하면서 본 책을 진행하는데, 네그리의 결론과 최장집교수의 결론은 상당히 유사해진다. 네그리는 들뢰즈 푸코 그리고 이탈리아의 자율주의자의 운동 등을 통해 절대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제국이라는 내재성의 공간 내부에서 다중의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저항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그 특유의 낙관적인 정리를 했다고 느껴졌는데, 최장집 교수 역시 영미정치 철학자에 대한 reference에 불구하고 갈등에 대한 내재적 해소가 정치임을 정의하였다.  난 이러한 것이 민주주의가 어느 정치 이론에 소유되지 않는 심원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생각하고 싶다.

 

사실 네그리의 두툼한 이책은 제국과 마찬가지로 천재적이고 철학적 및 정치적 영감을 주는 서술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 이후,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정말 제국을 상대하기에 초라한 느낌을 던져 준다. 막말로 그져 열심히 살라는 얘기로 들릴 뿐이다.

그런데 최장집 교수님의 글도 마찬가지다. 해방이후의 한국정치사를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역시 막연하다는 얘기를 우선해야 할 것 같다.

 

반공이데올로기와 권위주의 아래에서 협소한 정치틀과 정치권에서 배제된 노동자층에 대한 언급, 그리고 그 과제로써 정당정책과 리더십을 통한 사회갈등의 정치화를 대가답게 점잖게 정리해 주셨다. 그리고 올바른 정치에 외부는 없으며, 모든 갈등은 내재적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정리는 한국 정치의 대가다운 정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

 

역시 책은 끝이 있지만, 현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해방정국의 조속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경험이 없어 조속하다고 정리해도 되는건가?  그 당시 미군정의 역할은 한국정치동학 내부에 들어와 있는 신제국주의의 실존 아닌가?  민주주의는 무슨 자유와 공화의 경험 이후에만 찾아지는 것인가? 해방 정국에서 근대적 공화국을 세우려는 국민들의 자주적 움직임에 미국 또는 소련을 위시한 강대국의 영향은 계속 논의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해방 이후 여태까지의 노동자들의 정치화 배제는 그냥 그렇게 단순한 정치적 fact로 받아들여도 되는건가? 정치권에서 노동세력을 대의하든, 스스로 정치화하든 도대체 그러한 도발적 정치행위가 한국 정치구도에서 도대체 언제부터 가능했을까?  그리고 지금의 여야의 정치판으로만 보니 노동이 배제되었다고 정리되겠지만, 노동현장에선 정치세력화를 피하고 다닌건가? 진보정당에 대한 객관적인 언급이 아쉬웠다. 하긴 진보정당 자체가 기존의 보수정당으로 부터 배제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다.

갈등의 정치화는 깨어 있는 정치적 지도자들의 결심만으로 가능할까?

사실 최장집 교수의 해결책들은 물론 최교수님도 쉽계 제시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장집 교수님이 구사 정리한 학술용어로만 정리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들이 예상되는 것은 왜일까?

 

위와 같이 의문들을 제기해 보면, 뭐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인 것도 사실이다.

현실은 영화로 치면 편집될 지루한 과정의 연속일 수 있다.  내내 지루하다가 생을 마감할 수도. 그렇지만, 최장집 교수가 정리한 과제를 성취하거나 그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형편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이 현실인 것을 지금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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