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푸근함, 안정감, 안락함, 따듯함과 함께 슬픔, 애잔함, 애틋함, 그리움을 동반한다.

이 책 속에는 이 모든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나는 책을 펼치기 전 눈물샘 터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책을 펼쳤다.

“엄마가 죽고 그 분홍색 판지 상자는 내 방 한쪽에 내내 놓여있었다.

포장 겉면에는 엄마의 단정한 손 글씨로 적절한 때가 되기 전에는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
이제 상자에는 세 개의 물건만 남아있다.”


엄마는 딸이 서른 살이 되기까지 매해 돌아오는 생일과 입학과 졸업식, 운전면허취득일, 약혼, 결혼, 첫 아기 출산과 같은 특별한 날을 기념허는 선물과 편지들을 남긴다.

딸이 엄마 없이 성장하며 세상에 나가 어떤 중요한 문턱을 넘어 세상에 한 발짝씩 나아갈 때마다 축하해 주는 선물이다. 그 선물들은 죽어서도 딸의 인생과정에 함께 동참할 것이라는 엄마의 약속이자 애달픈 전언들인 것이다.

마치 성장소설과도 같은 이 회고록은 인생은 작별의 연속이라는 것과 작별함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엄마와 작별하고 아빠와 작별하고 오빠와 떨어져 지내고 거의 생명체처럼 여기는 집과 작별하고 그렇게 유년시절을 힘겹게 떠나보내고 온전히 작별한 후에야 저자는 독립된 자아로 홀로서기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동반자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얻게된다.

저자인 제너비브가 엄마를 일찍 여의고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있을지언정 결핍감에 대한 구절은 책 속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이들은 부모가 모두 생존해 있지만 아빠의 사랑 혹은 엄마의 사랑에 대한 결핍감을 느끼는데도 말이다.


프롤로그에 그녀에게 이제 세 개의 선물만 남아있다는 마지막 문장에 골이 띵했다. 아마도 제일 마지막 상자는 첫 출산일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 시간을 저자는 어떠한 감동의 크기로 맞이할런지 감히 상상도 안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기후위기 시대 펜, 보그, 스웜프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 여름 참 징하게 더웠다. 그런데 놀라운 건 앞으로 지낼 여름 중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할 전망이라는 거다. 극히 일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심각성을 느끼지 않기란 무척 힘들다.

환경, 생태 등에 관해 일체 무지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일원으로서 우리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공부하자는 심정으로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를 읽어나갔다.

본 도서에서는 습지를 중점으로 다루는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습지를 보여준다.

먼저 용어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습지란 마른 땅도 아니고 강이나 호수도 아닌 축축한 땅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습지의 세계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게 되었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습지란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는 이끼 등과 같은 식물이 완전히 썩지 않은 채로 퇴적되어 탄화된 토탄을 만들어 내는 습기가 많은 지역이다.
우리말로는 모든 형태의 습지를 세분화하는 용어 없이 습지라 통칭하므로 습지를 분류한 단어인 ‘펜’ ‘보그’ ‘스웜프’의 의미를 먼저 설명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된다.

.
수심이 깊은 편인 펜은 영국에 광범위한 지대에 분포되었으므로 문학이나 예술작품 속에 나타난 영국 펜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거의 선사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중세시대에까지 범람하던 펜에 대한 기록을 조사하고 현재에 이르러 경작지 개발 등에 의해 얼마나 그 범위가 축소되었는지 밝힌다.

“펜은 처음에 가축을 위한 목초지로 개조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대규모 배수사업을 통해 밀밭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습지가 경작지로 바뀌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났는데, 인류는 그 속도를 더욱 증가시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빠르게 돈으로 전환하려하는 세계경제에 갇혀있다.”

강우가 수원인 보그는 북유럽에서 발굴된 유물이나 미라화된 시신, 유적 등을 통해 보그를 보여준다.

.
보그에서 자라는 물이끼의 생태가 흥미를 끈다.
광물에 포함된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물이끼는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지않은 빗물에 의존하는 식물로 물을 저장하는 성질이 있다고한다. 따라서 가뭄에 습지가 마르면 물이끼의 수분이 습지를 유지할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또한 물을 흡수하는 성질 때문인지 원주민들이 물이끼를 기저귀로 응용해 사용했었다니 흥미롭다.


물이끼는 산을 배출하는데 식초와 비슷한 그 산성 성질 때문에 보존능력이 뛰어나 방부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산성성질이 강한 보그에서 발굴된 보그 시신들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연대를 추정해보면 중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신들이 손톱과 지문은 물로이고 위장에 남아있던 음식물까지 추정하여 당대의 계급이나 지위를 짐작케 했다니 정말 놀랍다.

.
다양한 스웜프는 미국의 여러 지대를 중심으로 보여주는데 수심이 낮고 나무가 무성한 곳을 이른다. 미국의 스웜프 역시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육지와 경작지를 늘렸던 시절 때문에 배수되고 벌채되어 서식지가 파괴된 새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

습지의 역사는 습지 파괴의 역사라고 했던 어느 학자의 말처럼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에선 습지의 파괴와 상실을 보여준다.

근래 점점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은 거대한 산불이 심상치 않은데 아마존 화재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 뉴스는 대단히 충격이었다. 그 화재로 우리 생태는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었으며 대기층에 가해진 폭력은 또 얼마일지. 자본의 논리 하에 아마존에서 부족민들을 일꾼으로 삼아 그렇게 많이 벌목하고 목초지로 만들지 않았어도 아마존은 불타지 않았으리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코알라와 캥거루들이 불타 죽는 소식은 정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습지 파괴는 기후학적 관점 뿐 아니라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손실이고 손해인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이용하고 착취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 역시 공생하고 더불어 살아가야할 대상이다. 일부 어떤 국가에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법이 제정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 서사가 녹아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자발적 실종을 원하는 두 여성이 각기 다른 목적지의 비행기 티켓을 들고서 공항에서 조우한다. 둘 중 한 명은 우연을 가장하고.

실종되길 원하는 두 여성은 닮은 꼴이다. 비슷한 외모, 비슷한 연령대, 상실하거나 결핍된 가족, 심지어 그녀들이 남성들과 맺은 핍박 관계라는 배경까지 닮았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서로 닮았다는 것을 모른 채 서로의 항공 티켓을 바꿔치기 하고 이제껏 살던 이름을 버리고자 한다.

중심 인물인 두 여성 클리어와 이바가 화자가 되어 소설을 교차적으로 이끌어간다. 마치 위기가 고조되는 주요 장면에서 끊기는 연속극처럼 이바에서 클리어로 혹은 클리어에서 이바로 시점이 전환할 때마다 작가는 ‘절단 신공’을 발휘해 긴장을 쥐락펴락한다. 절단 신공으로 끊긴 결정적 장면을 뒷장으로 점프해 이어 읽고 싶은 충동을 나는 가까스로 눌러야 했다 😅

책 표지의 색감이 다채롭고 채도가 높다. 어두운 삶을 살았던 소설 속 여성들의 삶을 밝게 채색해 주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표지그림을 보면 아마도 날고 있는 비행기를 타고 있을 여성을 중심으로 알약, 돈, 총, 술이 그려져 있는데 이 소재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약과 술, 돈으로 대표되는 권력, 총으로 대표되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훨훨 날아가고픈 소망을 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제목도 <라스트 플라이트>니까.

___________

생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했던, 그리고 감춰진 음습한 경험담을 더이상 외면할 수도 모른 척 할 수도 없어 목소리를 내야했던 미투운동이 유대감과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이 진전시켰을 거라 믿으며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숨 막히듯 가쁘게 쫓기다가 뭔가의 결정적인 타격감과 함께 죽음을 암시하는 프롤로그로 소설은 시작된다.
쫓기는 자는 누구이고 결정적 타격은 무엇에 의한 것이며 과연 앞뒤 맥락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는 영화 장치와 같다.

책을 덮은 지금은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스토리가 펼쳐지는 과정이 생생하다. 읽으면서도 심장이 쫄깃하고 너무 재밌었다.

숨기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가 막상막하 핑퐁핑퐁 쌍벽을 이루고 그들의 심리묘사에 어느덧 공감이 되어 나는 숨기려는 자를 응원하고 싶은 건지 파헤치려는 자를 응원하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를 지경이 되버렸다.

사건은 두 쌍의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사건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 배우자들의 시점과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하여 읽는 나는 그들과 함께 추론하고 그들의 입장을 내면 깊숙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건이 거의 마무리가 되간다 싶을때 갑자기 추론의 방향을 트게된다. 갑툭튀 방향 이탈이랄까.

아마도 영화 <런>이 그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분리불안 장애는 비단 영유아기의 아이에게만 있는건 아니다. 영유아기의 분리불안은 생존 본능이라지만 다 성장한 아이에 대한 부/모의 분리불안은 무엇일까. 애정일까 집착일까 그저 증상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수잔 앨리스 왓킨스 외 지음, 안찬수 외 옮김 / 삼인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도전과 저항이라는 시대의 정신을 낳게 한 1968년. 거인과 같은 커다란 역사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작은 역사들의 집합체.. 이 작은 역사들의 집합체가 커다란 역사를 규명 짓게 한 1968년. 커다란 역사에서 벗어나 거대한 조직에 휩쓸려 묻혀지는 부속품의 인간으로서가 아닌 각각의 개인적 인간임을 외친 민중들에 의한 역사. 시민들의 연대의식이 불러 일으킨 전 유럽의 연속적 반란.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 요구와 개별성의 확인을 요구하는, 전체로서의 인간역사가 아닌 구체적이고 다양한 개체로서의 존재. 이것이 68운동의 이미지이고 전체적 분위기라 말할 수 있겠다.

68혁명 이래로, 그 이후로의 시대적 사건들과 운동들을 그때와 견주어 단언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재조명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한국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분단의 아픔. 이것은 누구에 의한 우리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나.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떻게 흘러가게 될것인지. 해방이후, ‘이데올로기’를 선사하여 각각의 남과 북에 사회이념으로 단절케 한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의지였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철저히 단절된 역사적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현재의 세계주의라는 물결에 의해 수그러 들었으나, 어찌됐든 이데올로기의 흔적으로서 우리는 여전히 남과 북이 나눠져 있는 상태이다. 각각의 개인들이 인정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던 현재의 ‘남과 북’의 실정은 커다란 역사가 빚어내어 68혁명의 정신으로서 우리가 풀어야 했던 과제였으나, 현재는 어느새 이러한 아픔이 면역화 되어 그 아픔을 차츰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의 경제 위기와 각 대기업들의 이례적 부도사태. 이것은 과거 자본주의의 잘못된 체제가 빚어낸 현재의 위기라 생각된다. 경제관료주의 내지는 기업관료주의 속에 인간들은 부속품처럼 파묻혀져 그동안의 폐단들이 한꺼번에 드러나 한 국가의 금융흐름 자체가 무너진 거라 생각된다. 지금의 잘나가는 벤처기업들, 그 속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부속품으로서 존재하지는 않다고 생각 한다. 진정한 벤처인들은 기존 경영체제와는 다른 방식의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경제사회에 참여하여 각각의 인간적인 기업을 형성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거대한 기업들, 한 국가의 경제를 짊어진 그 거대한 기업들에 의하여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실정들이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가져 온거라 생각된다.

모든,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들은 괴물이다. 괴물 같은 체제, 괴물 같은 군사정권, 괴물 같은 독재주의, 괴물 같은 보수정부. 이 거대하고 추악한 괴물과 대치하는 작지만 무수한 군중들을 밀란쿤데라는 거대한 Histiore와 대치하는 소설들의 histoire로서 표현을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