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숨 막히듯 가쁘게 쫓기다가 뭔가의 결정적인 타격감과 함께 죽음을 암시하는 프롤로그로 소설은 시작된다. 쫓기는 자는 누구이고 결정적 타격은 무엇에 의한 것이며 과연 앞뒤 맥락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는 영화 장치와 같다. 책을 덮은 지금은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스토리가 펼쳐지는 과정이 생생하다. 읽으면서도 심장이 쫄깃하고 너무 재밌었다. 숨기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가 막상막하 핑퐁핑퐁 쌍벽을 이루고 그들의 심리묘사에 어느덧 공감이 되어 나는 숨기려는 자를 응원하고 싶은 건지 파헤치려는 자를 응원하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를 지경이 되버렸다. 사건은 두 쌍의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사건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 배우자들의 시점과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하여 읽는 나는 그들과 함께 추론하고 그들의 입장을 내면 깊숙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건이 거의 마무리가 되간다 싶을때 갑자기 추론의 방향을 트게된다. 갑툭튀 방향 이탈이랄까. 아마도 영화 <런>이 그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분리불안 장애는 비단 영유아기의 아이에게만 있는건 아니다. 영유아기의 분리불안은 생존 본능이라지만 다 성장한 아이에 대한 부/모의 분리불안은 무엇일까. 애정일까 집착일까 그저 증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