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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평점 :
여성 서사가 녹아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자발적 실종을 원하는 두 여성이 각기 다른 목적지의 비행기 티켓을 들고서 공항에서 조우한다. 둘 중 한 명은 우연을 가장하고.
실종되길 원하는 두 여성은 닮은 꼴이다. 비슷한 외모, 비슷한 연령대, 상실하거나 결핍된 가족, 심지어 그녀들이 남성들과 맺은 핍박 관계라는 배경까지 닮았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서로 닮았다는 것을 모른 채 서로의 항공 티켓을 바꿔치기 하고 이제껏 살던 이름을 버리고자 한다.
중심 인물인 두 여성 클리어와 이바가 화자가 되어 소설을 교차적으로 이끌어간다. 마치 위기가 고조되는 주요 장면에서 끊기는 연속극처럼 이바에서 클리어로 혹은 클리어에서 이바로 시점이 전환할 때마다 작가는 ‘절단 신공’을 발휘해 긴장을 쥐락펴락한다. 절단 신공으로 끊긴 결정적 장면을 뒷장으로 점프해 이어 읽고 싶은 충동을 나는 가까스로 눌러야 했다 😅
책 표지의 색감이 다채롭고 채도가 높다. 어두운 삶을 살았던 소설 속 여성들의 삶을 밝게 채색해 주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표지그림을 보면 아마도 날고 있는 비행기를 타고 있을 여성을 중심으로 알약, 돈, 총, 술이 그려져 있는데 이 소재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약과 술, 돈으로 대표되는 권력, 총으로 대표되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훨훨 날아가고픈 소망을 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제목도 <라스트 플라이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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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했던, 그리고 감춰진 음습한 경험담을 더이상 외면할 수도 모른 척 할 수도 없어 목소리를 내야했던 미투운동이 유대감과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이 진전시켰을 거라 믿으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