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 당장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

푸른 들판에 초록색 지붕을 한 예쁜 집의 그림이 눈에 띈다. 내가 요즘 좋아하는 하늘색, 초록색으로 가득한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책의 표지인데 따스한 감성이 가득이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도 빨강머리 앤을 좋아해서 여러가지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작가가 직접 빨강머리 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고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수채화 그림까지 담겨 있는데 그림만 봐도 편안해지면서 힐링이 된다. 


갑작스럽게 계획하여 떠난 몇일간의 짧은 여행이지만 얼마나 설레이고 좋았을까... 물론 혼자하는 여행이라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빨간머리 앤을 직접 마주하고 느낄 수 있어서 북받쳐 오르는 눈물말고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여행 이야기 어디에서도 두려움이나 쓸쓸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앤의 초록 지붕 집 그린 게이블즈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생가등 빨강머리 앤의 모든 곳들이 모여있는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캐나다 남동부의 주로서 여름 휴양지가 많으며 북안에는 프린스 에드워드섬 국립공원이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사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소설의 실제 배경이 된 이 곳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이제라도 알게 되서 얼마나 다행인지!


공항에서 그린 게이블즈까지는 차로 31분. 오후 늦게 샬럿타운 공항에 도착했지만 잠깐이라도 직접 눈에 담고 싶은, 작가가 꿈에 그리던 그린 게이블즈로 출발한다.
소설속에서만 꿈꾸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앞에 하나 둘씩
나타날때 ‘웃음이 난다’ 던 작가의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진다. 나도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Anne...내가 왔어.

해질 무렵이라 고요하고 사람도 없는 그곳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앤을 만나러 가는데, ‘콩콩콩’ 거리는 심장 소리를 어쩌지 못하며 앤에게 수줍게 첫 인사를 하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노오란 개나리가 피어있고 하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초록 지붕 집. 기쁠때도 슬플때도 그곳에 함께 했던 앤을 추억할 수 있는 그린 게이블즈의 모습을 5월의 따스한 계절을 담아 표현해 냈는데, 마치 내가 그 곳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빨강머리 앤을 느낄 수만 있다면 소소한 것 하나 하나도 놓치기 싫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제
그린 게이블즈 초록 지붕 집 안으로 들어가요.

Green gables는 1985년 캐나다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면서 건물을 보수하고 <빨강머리 앤> 에 묘사된 모습으로 1880년대 가구와 장식들로 꾸며서 박물관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팔걸이에 레이스를 덮은 소파, 오르간과 예쁜 도자기들을 진열한 장식장이 있는 응접실과 초록색 아이비 무늬가 멋진 다이닝룸을 지나면 부끄럼 많던 매튜 아저씨의 방이 나온다. 침대위에는 그가 입던 감색 조끼와 바지가 놓여있다. 

방 옆으로 넓고 기다란 주방은 매튜와 마릴라, 앤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따스한 모습도 떠오른다. 소설을 읽다보면 주방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도 몇 있었던거 같은데 그때 내가 상상했던 주방의 모습과 분위기가 얼추 비슷하다. 너무 신기하다. 

그리곤 2층의 앤의 방.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으니 거의 실제 분위기와 흡사하지 않을까.
작은 침대 위에는 수수한 원피스들이 올려져 있다. 연초록색 커튼이 달려있는 작은 창문은 앤이 항상 양손으로 턱을 괴고 밖을 바라봤던 곳이다. 앤은 창밖을 바라보며 힘들때도 희망을 잃지 않았겠지?? 창밖 너머로 보이는 정원과 유령의 숲은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는데 직접 그 평화로운 경치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어쩌면 소설 속 빨강 머리 앤은
몽고메리 ‘자신’이지 않았을까?

빨강머리 앤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 뿐만 아니라 소설의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 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들도 들러본다. 

캐번디시를 지나쳐 해변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뉴 런던의 교차로에 있는 몽고메리의 생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녀는1874년 11월 30일 태어나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뜨고 캐번디시의 외갓집으로 보내질 때까지 이 곳에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는 몽고메리가 2,30대에 만들었던 아기자기한 스크랩북들이 전시되어 있고, 작가에 관한 신문 기사들이나 직접 쓴 편지들, 작가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있다고 한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조부모님 밑에서 자란 몽고메리와 고아로 힘들게 자랐지만 씩씩하고 훌륭하게 자라준 앤의 모습이 비슷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작가 자신이 바로 빨강머리 앤이지 않았을까??


그 밖에도 빨강머리 앤과 몽고메리를 만날 수 있는 곳곳의 장소들과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돌아보며 행복한 여행자의 기분을 담은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 중 캐번디시 우체국에서는 우편 업무는 물론 몽고메리와 우편에 관한 전시관 역할도 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우편을 부치면 양갈래 딴 머리의 모자쓴 앤의 모습이 담긴 스탬프를 찍어 준다고 한다. 앤의 동네이니 만큼 상징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 같다. 한편으로는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해주는 팬 서비스 같아서 고맙다. 나도 언젠가 그곳에 가면 꼭 엽서를 보내보고 예쁜 스탬프도 받아야지 하는 행복한 여행 계획을 해봤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가보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떠나는 여행은 행복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인물 -실존하던 인물이든 소설속 가상의 인물이든- 그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의 행복은 두배, 아니 그 이상의 의미로 남을 것 같다. 



사실 예전에 반 고흐의 책을 읽고 나서 나중에 프랑스 남부 소도시 여행을 하며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우선 순위가 좀 바꼈다.

초록지붕 집!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로의 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졌다. 마치 내가 지금 직접 여행을 하는 듯한 자세한 설명과 묘사, 그 날의 온도와 여행자의 기분까지도 전달되는 섬세한 표현이 너무 좋았다. 코로나로 어쩔 수 없는 해외 여행에 대한 갈증을 일으켰다고 해야하나...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는 누구나, 그리고 여행에 목말라 있는 누구나 읽으면 좋을거 같다. 갑갑한 이 시기에 힐링이 될 만한 좋은 책이다. 수채화 감성의 시골 마을 풍경 그림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편해진다. 그리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밀짚모자를 쓰고 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내 모습도 상상해보면서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