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고 싶어 - 내일만 바라보다 오늘을 놓치는 나에게 건네는 말
이소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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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간절히 찾고 싶었던

초보 여행가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해외여행을 못가게 된지도 반년이 되어 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년에 두세번은 해외 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코로나 이 놈 언제 잠잠해질런지. 해외 여행에 대한 갈증이 쌓여 있는 요즘, 우연히 사이다 같은 여행 에세이 책을 만났다.

지금, 행복하고 싶어.

쏘이라는 유튜버가 여행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과 감정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일까. 책을 다읽고 나서 저자의 유투브 몇 편을 골라 보았는데 왠지 아는 사람을 만난듯한 친근함이 들었다.

 

 

여행을 할 때는 내가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달리고 싶으면 달리는데,

왜 내 인생은 그러지 못했을까?

-p.16 여행 초보자의 자전거 중에서

 

여행을 떠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떠나게 되는 계기도 다르고, 목적도, 의미도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이룬 전문직이란 타이틀을 포기하고 홀로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회의

속도에 맞춰 힘겹게 달려온 지난날들을 반성하며 이제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품고서 말이다.

 

 

 

 

첫 여행지는 히말라야 등반을 하기 위해 네팔로 떠난다. 만만의 준비를 해도 긴장과 두려움을 놓을 수 없는 곳인데 저자는 대학교 과 점퍼를 입고 등반에 성공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진짜? 초보자가 그게 가능한가?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이다. 정상을 올랐다는 결과보다는 산을 오르는 과정 중에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과 순간순간 마주쳤던 소소한 감정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결과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던 나의 지난날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네팔을 떠나 두 번째 여행지 인도에 두려움을 안고 도착했을 때 일부러 동영상을 찍는 척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녔다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기발하고도 귀여운 재치에 웃음이 나왔다. 사실 인도라는 여행지는 많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인지 그리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는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인도라는 나라를 바라봤던 시선이 좀 바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인도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여행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웅장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이나 소소한 감정들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p.79

 

제작년에 다녀왔던 유럽 여행 중 신기한 경험을 한적이 있다. 사실 나는 여행을 가기전에 계획을 철저하게 짜놔야지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남들은 무계획으로 가기도 한다는데 나는 절대 그게 안된다.

베르사유 궁전을 투어하는 날이었는데 내부 관람을 마치고 정원으로 나왔다. 파란 하늘에 흰 뭉게 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모습은 지금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몽환적이었다. 계획된 일정상으론 지금 베르사유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뒤의 다른 일정은 미뤄두고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제 숙소 근처 마트에서 미리 사논 납작 복숭아를 먹으며 벤치에 앉아 눈앞의 꿈같은 광경을 멍때리며 바라보았다. 수많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지만 그때가 당시의 유럽 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순간이다.

나도 그저 멋진 곳에서 보여주기 위한 인증샷을 찍기에 바쁜, 누구나 다가보는 랜드마크에 발도장 찍기 바쁜 여행을 해왔는데 결국 저자처럼 ‘마음가는대로’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여행에서 주는 의미를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는 평소 내가 모르던 색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여행지의 모든 유명 관광지는 다 섭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만큼 여행이란 굉장히 마법같은 것이다.

여행을 오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굳이 뻔하게 인생을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예상치 못한 힘든 순간들도 겪게 되지만 분명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인생은 더 행복하다는 걸 여행을 통해서 느끼게 되기도 한다.

네팔, 인도, 터키, 모로코, 쿠바, 콜롬비아, 스페인, 포트르투, 헝가리, 에티오피아,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 등등 다양한 나라의 홀로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도 같이 책 속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이 몰입도가 좋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딱딱한 문체도 아니고 애써 잘쓰려고 화려하게 꾸민 글이 아닌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놓쳐서 발을 동동 구를 때는 내가 놓친거 마냥 있걱정이 되기도 했고, 우유니 사막의 소금이 녹아 하늘과의 경계가 없어진 그 황홀한 광경을 사진으로 봤을 때는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감동이 느껴졌다.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실수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같이 공감하고 함께 웃으며 조금 더 성숙한 여행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가볍게는 세계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무겁게는 삶에 대한 여러가지 철학적인 물음들에 답을 찾는 시간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이 되든 이 책을 통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확신한다.

                            

인생에서 한 가지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걸어가면

그것이 곧 나만의 정답이 될 것이다.

p.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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