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0629 에디션 -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판
생 텍쥐페리 지음, 전성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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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

<<어린 왕자: 0629 에디션>>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정말 유명한 고전 동화이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책, 어린왕자.

고등학교 때 읽은 뒤로 성인이 되서는 다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줄거리 조차 희미하게 잊혀졌다. 유명한 몇 가지 구절만 남았을 뿐이다.

성인이 되서 다시 읽는 고전 동화는 나름의 큰 의미과 재미가 있다. 어린 시절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책에서 전달하고자 했으나 당시엔 놓쳤던 의미를 다시금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이 책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수많은 종류의 어린왕자 책들 가운데 이 책이 더욱 더 의미있는 이유는 생텍쥐페리 저자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인 <<어린왕자:0629 에디션>> 이기 때문이다. 파스텔 톤의 은은한 색채를 이용하여 깔끔하고 감각적으로 디자인 된 책 표지를 보고 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故 황현산님도 어린왕자를 번역했던 분인데 수많은 번역본들 중 이번 0629 에디션을 번역한 전성자 님의 번역본이 가장 좋다고 극찬을 했다고 하니 좀 더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저자인 생텍쥐페리는 1900년 6월 29일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 스무살 되던 해에 병역으로 항공대에 들어가 조종사가 되었다. <<어린왕자>> 초판은 그가 43살 되던 해에 뉴욕에서 출간되지만 전쟁 참전을 위해 미국을 떠나고, 그가 44살이 되던 이듬해 정찰 비행을 하던 중 행방 불명되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사망은 여태 추측으로 남아있다.

어린왕자는 읽을 때 마다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은유적인 표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들이 책 중간 중간에 담겨 있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이야기는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고장으로 불시착 하게 된 화자가 우연히 어린왕자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어린왕자는 아주 조그만 소행성에서 홀로 외롭게 살다가 다른 별들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러 별들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p.94

마지막 별에서 만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해줬던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되고 의미가 된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숫자에만 집착하는 어른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진정한 친구 한명을 만들기가 힘들다. 그런 세상에서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았고, 홀로 외로웠던 작가 본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어른들은 보통 자신들이 보고 싶은대로 보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사물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본인의 잣대에 그것을 끼워 맞추려는 것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모자라고 말하는 어른들을 언제나 스스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맥빠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자기도 한때는 동심을 가진 아이였던 적이 있는데 어른이 되면 기억을 하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에 빡빡하게 살아가는 도중에 잃어 버리게 되는 순수한 마음과 꿈, 이상들을 안타깝게 여겼던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보라'는 메세지는 미처 자신을 돌보지 못한채 보이는대로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바쁘게 사느라 미처 가장 중요한 것은 놓친 채 껍데기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꼭 던져주고자 했던 가르침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황량한 사막위로 별 하나가 그려진 위의 그림은 화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풍경" 이라고 말한다. 모래 언덕들 너머로 홀연히 사라진 어린왕자에 대한 끝없는 동경은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았던 생텍쥐베리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는듯 하다. 과연 어린왕자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별에서 '사랑'하는 어떤 존재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번 어린왕자 에디션을 통해 우리 각자의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던 각자의 어린 왕자를 다시금 만나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선사했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절대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련하게 술수를 쓰지만 그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p.40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겠지!"

-p.90

 

"어느 별에 사는 꽃 한송이를 사랑한다면 밤에 하늘을 바라보는 게 감미로울 거야. 모든 별들이 꽃처럼 피어날 테니까."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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