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샤덴프로이데란?
'샤덴'은 피해나 손상을, '프로이데'는 기쁨이나 즐거움을 의미한다
즉, '피해를 즐긴다' 라는 뜻이다
p.12 프롤로그 중에서..

 

두 여인의 아리송한 미소를 담은 표지가 눈길을 끈다. 미소는 짓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애매모호하다. 특히 뒤에 있는 여인은 수줍게 웃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입을 틀어막고 힘들게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녀들의 미소 뒤 속사정이 궁금해진다.

 



샤덴프로이데란 단어는 난생 처음 접하는 생소한 단어다.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이라. 쉽게 말하면 쌤통이란 뜻인데, 이제 우리는 표지에 그려진 여인의 아리송했던 표정의 속사정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ㅎㅎ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있다. 가까운 사람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뜻이다. 남이 잘되면 배아프고, 남이 잘 안되면 미소가 지어지는...어법은 다른데 왠지 모르게 이 속담과 비슷한 느낌의 샤덴프로이데.

샤덴프로이데의 미소는 기쁨의 미소와 구분되지 않지만 딱 한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한다. 자신의 성공보다는 적의 실패에 더 많이 웃는다는 것이다.





✔️항상 큰 노력 없이도 인기를 끌던 친구가 애인에게 차였을 때

✔️앞에서 차를 험하게 몰던 운전자가 과속 카메라에 찍힐 때

✔️좋아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최대 라이벌이 넘어질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순간마다 샤덴프로이데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티비나 동영상에서 나오는 실수 동영상을 보고 깔깔 거리며 웃는 것도 샤덴프로이데의 일종이다.



어릴 적 기억을 잠시 떠올려보자. 나를 약올리며 잽싸게 도망가던 친구가 앞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나는 "완전 쌤통이다!!"
하고 외치며 웃어본 적...다들 한 번씩은 있지 않나.
어릴때는 별다른 불편한 감정없이 쌤통이 주는 희열을 맘껏 누렸었다. 인과응보. 나를 놀리고 가더니 넘어져도 싸다! 뭐 이런식의...
하지만 성인이 되서 느끼는 쌤통의 감정은 때론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느낌...그 무언가가 뒤따른다.



샤덴프로이데란 감정을 의식하게 되었다면
이제 남의 불행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감정 자체가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남의 불행을 같이 슬퍼하고 공감해줘야 사람의 기쁨을 느낀다니...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설마 사이코 패스 아니겠지? 속으로 걱정했던 분들 있지 않을까 싶다 ㅎㅎ

 

 

 



샤덴프로이데는 소외와 분열을 부추기는 감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거기에는, 혼자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는 우리의 욕구가 담겨있다.
p.33


이러한 샤덴프로이데는 공감을 할 줄 모르는,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감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스포츠부터 여러 가십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여러 욕구와 얽혀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남들의 실패를 보면서 나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구나 위안받기도 하고, 인생 살면서 잘나가는 척 해봐야 부질없음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증명해주기도 한다.

떠벌리고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책감을 갖을 필요는 없다. 단지 이러한 감정의 근원은 어디이며, 인간의 어떠한 욕구에 의해 생기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용감히 맞서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샤덴프로이데는 자존감을 높이는 싸구려 방법일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결국 샤덴프로이데는 내가 갖지 못한 것, 성공하지 못하여 바닥난 내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남의 실패와 고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럼 그렇게 얻어진 심리적 이득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걸까.

​나를 남과 비교하여 얻은 행복이 과연 찐행복인지?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거짓 감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행복을 느낀건 사실이니까. 자존감이 회복된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분명 샤덴프로이데는 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것이 필요하다
p.225


우리는 샤덴프로이데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자기 만족과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다. 물론 지구상에 나혼자 산다면 샤덴프로이데란 감정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결국 샤덴프로이데는 저멀리 떨쳐내고 싶어도 인간과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이러한 샤덴프로이데에서 벗어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조언해줄까 기대했었는데 그런 내용은 없어서 약간 아쉬웠지만 우리가 느꼈던 ‘쌤통’ 의 감정이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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