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거울나라의 앨리스 (패브릭 양장) - 187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손인혜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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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신비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나거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등의 이야기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실제로 모험을 떠나보겠다고 동생과 강아지를 데리고 눈 덮인 시골 산길을 올랐던 적이 있다. 눈쌓인 시골집 지붕위를 올라다니기도 하고, 동네 골목의 좁은 담벼락 길 끝에는 뭐가 나올지 궁금해 하면서 담벼락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말괄량이 소녀였다. 그 호기심과 모험심은 어른이 된 지금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만에 동심으로 돌아가보고자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보게 되었다.

내 머릿속에 이미지화 하고 있는 앨리스는 노란 긴머리를 하고 파란 원피스를 입고 흰색 앞치마를 한 소녀이다. 하지만 실제 앨리스의 머리는 원래 갈색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루이스 캐럴은 자신이 교수로 있던 대학의 학장인 리델의 집에 찾아갔다가 그의 세 딸 중 한명인 앨리스를 만나게 되었고, 그 아이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서 한 약속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작품을 탄생 시키면서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실존 인물인 앨리스는 추후 루이스 캐럴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판권의 인세를 선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다.

 

전편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한여름이 배경이었다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연말을 앞둔 1869년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다. 고양이들과 한가롭게 대화하며 거실에 앉아있던 앨리스가 거실 벽난로에 걸린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 세상은 어떨까 궁금해하는 상상을 하다가 거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거울 나라속의 세상은 체스판처럼 생긴 세상인데 앨리스는 두번째 칸에서 졸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여덟 번째 칸에 도착하면 여왕이 될 수 있다. 여왕이 되기 위해 앨리스가 한칸 한칸 앞으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과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루이스 캐럴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담아냈다.

거울나라 에서는 모든게 반대이고 시간의 흐름이 역순이다. 글자도 반대이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면 반대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고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두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 꽃들의 정원에서 헤매고 있는 앨리스에게 장미꽃은 붉은 여왕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고 충고해준다. 그렇게 만난 붉은 여왕은 "빨리! 빨리!" 를 외치며 앨리스를 끌고 다니는데, 오래전 그 당시의 바쁘게 여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소설은 얼핏 생각하면 가벼운 동화책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읽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루이스 캐럴만의 재치있는 언어유희를 많이 만날 수 있고, 다양하게 분석이 가능한 추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렇게나 이어지는 스토리 같지만 철저하게 짜여진 설정이다. 다만 이 책은 원서의 번역본이다 보니 그가 사용하는 동음이의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웃으라고 사용한 장치인데 무표정으로 읽고 있었다. ㅎㅎ

 

그가 사용한 언어 유희들은 다행히도 각주에 친절하게 설명을 해줌으로써 독자들이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마 부연 설명이 없었다면 책을 읽는내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하고 어리둥절 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예쁜 건 항상 멀리 있어!"

p.108

"그러니까 제 말은 안생일 선물이 뭐냐고요?"

"당연이 생일이 아닌 날 받는 선물이지."

<중략>

"이 계산에 따르면 네가 안생일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은 364일이라는 거지..."

.....

"생일 선물은 단 한번뿐이지. 너한테 영광인데!"

 

책을 읽다보면 어릴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의미있는 구절들을 만날 수 있다. 어른이 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것들? ㅎㅎ 지금 시절에 읽는 동화책이 주는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가장 예쁜건 항상 멀리 있다는 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진짜 멀리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예뻐보이는건 아닐까? 가까이에 있는 가장 예쁜 것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단어, "안생일 선물"

우리는 일년 중 하루밖에 없는 생일날만을 의미있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생일날이 아닌 날이 더 많은데 그 안생일날에 받는 선물은 생일 선물보다 의미없는 선물일까?

생일 선물이 가장 좋다는 앨리스에게 일 년이 몇일이냐고 물으며 생일 하루를 뺀 나머지는 몇인지 질문한 험프티 덤프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의도는 무엇일지...

독자에 따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생일은 단 하루뿐인데 나머지 비생일 364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이제는 평소에 선물을 하면서 "안생일 축하해!" 라고 의미있는 말도 전해보자. ㅎㅎ

 

 

"Life, what is it but a dream?"

인생은 한낮 꿈이 아니고 무엇이랴

 

 

여왕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간 앨리스는 여덟번째 칸에 도착해서 여왕이 되었을까?

앨리스가 여왕이 된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지...

거울나라에서의 모험같은 이야기는 붉은 왕의 꿈이었을지, 아니면 앨리스의 꿈이었을지...

사실 누구의 꿈이든 상관없지 싶다.

인생은 한낮 꿈처럼 허무할 수도, 달콤할 수도 있다. 허무한 인생을 살지, 달콤한 인생을 살지는 본인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이 책은 쉬운 동화책 처럼 읽어서는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없다. 루이스 캐럴만의 독특한 상상속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번 정도는 읽어봐야 될 것 같다.

자칫잘못하면 무슨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거지?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추상적인 언어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읽으면서 이해가 안됐던 부분들은 마지막 부분에 작품 해설이 별도로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읽는 이 책은 처음과 어떻게 다르게 나에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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