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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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 돈으로 사는 가장 구체적인 행복

한 달에 한 권씩 만나는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 중 시즌1의가장 첫번째 에세이를 만났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강렬한 제목의 이 책은 임시제목이 [물욕] 이었다고 한다. 작가가 책 내용을 구상하던 중에 즉흥적으로 붙인 제목이었는데 작가도 계속 미련이 남을 정도로 강렬한 단어임은 분명하다.

나는 평소에 물욕이 많은 것도 적은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에 부쩍 늘어난 물욕때문에 내면의 갈등을 혼자 하턴차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강하게 끌렸다. 돈지랄을 지양하자는 책일까? 사실 나의 물욕을 조금 진정시켜주는 책일까 싶어서 읽게 되었는데 내 예상과는 약간 다른 방향의 내용이었다.

신예희라는 이 책의 저자는 평소 방송이나 강연도 많이 하고 있고 현재 EBS 팟캐스트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친근하고 꾸밈없이 솔직한 느낌으로 독자에게 다가와서, 팟캐스트도 들어보면 굉장히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돈지랄,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

욕심, 물욕, 돈지랄... 사실 이런 단어들 모두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단어는 아니다. 특히 돈지랄이라는 말은 괜히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쓰거나, ‘예쁜 쓰레기’ 처럼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이기 보다는 쟁임용으로 전락하게 될 물건들을 사는 경우등에 자주 쓰인다. 물론 개인마다 돈지랄이 되는 기준은 제각각일테지만.

이 책에서는 돈지랄을 부정적으로 여기기 보다는 현명한 돈지랄을 하도록 격려해준다. 수십년간 가계부도 꼬박꼬박 작성하고 미래의 여러 지출을 위해 항목별로 소액씩 적금을 붓기도 하고, 애인의 생일 선물을 위해 하루에 1500원씩 모으는 작가의 이야기에 돈지랄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름 건강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푼돈에 손을 떠는가”

누구나 고렴이 제품을 사고 싶지만 가성비를 따지다 보면 정품과 최대한 비슷한 질의 저렴이를 찾게 된다. 그러나 가성비 템을 득템했다는 기쁨은 잠시 결국 어디 한군데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결국 내 만족이 되어야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 저렴이 100개보다 고렴이 1개를 가졌을 때의 만족감에는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마치 나만 짝퉁인걸 알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명품 짝퉁 가방을 들었을 때, 결국 해소되지 못하는 물욕과 내 마음이 충족되지 않음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만족하고 충분함을 느낀다면 그걸로 된거다. 하지만 소비전에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이 누가 뭐라해도 본인만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구매하고 최대로 만족하는 작가를 보면서 배워야 할 점도 생겼다.

아낄 물건은 아끼고, 후딱 써야 할 물건은 얼른 써야 한다.

그런데 나는 종종 그걸 정반대로 한다. 지금 제일 맛있는 음식을, 지금 제일 예쁜 물건을 굳이 미뤘다가 후회한다.

p.29 아끼면 똥 된다 중에서

 

글쎄요. 돈은 절약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시간을 쓰고, 머리를 쓰고, 몸을 써야 한다. 나는 그걸 이제 그만하고 싶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답이 나온다.

p.55 시간을 아끼고 돈을 쓴다 중에서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얘기를 하는거 처럼 공감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많이들 그러는구나 끄덕이게 되고 약간의 위안도 된다.

해외여행 가서 애지중지 캐리어에 담아온 여러가지 기념품들은 나중에 찾기도 어려운 서랍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기도 하고, 유명하다고 사온 과자 박스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내용물을 버리기 일쑤다. 6개월전에 신나서 사온 명품가방은 애끼다가 아직 한번도 바깥 구경도 못해봤다. 아끼다가 똥 된다는 말은 누누히 머릿속에 담고 있는데 왜 자꾸 아끼게 될까😭

작가님 말대로 지금 내가 갖은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당장 꿀걱 삼켜야지.

책을 읽다보면 새벽배송으로 조리 제품이나 식료품을 사서 식사를 해결하는 작가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나도 자주 외식을 하는 편인데 사실 지출되는 식비가 만만치않다. 집에서 해먹으면 조금 더 절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신랑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맘도 생긴다. 그렇지만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다른 부분엔 좀 더 관대해져도 되겠다며 앞으로도 맛있게 사먹겠다는 작가의 말이 당당하고 멋져 보였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어떤이들이 보면 새벽배송, 잦은 외식들이 돈지랄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어떤 누구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걸 성취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것!

책의 뒷부분에는 자신만의 소비 철학을 가지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오면서 터득한 것들 중에 본인이 실제 사용해보고 괜찮았던 제품들을 추천해준다. 실제 인터넷 SNS상에서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추천템이라는 타이틀로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똑부러지고 줏대있는 작가에게 신뢰가 쌓여서 그런지 그녀가 추천해주는 제품에 믿음이 가면서 사고 싶어진다. 그 중에 워터픽은 꼭 한번 써보고 싶다ㅎㅎ

 

 

책 제목만 봤을 때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반전으로 돈지랄을 적절히 찬양(?) 하는 책이다. 사람들 사는거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면서 웃음짓게도 한다.

지금까지 물욕은 왠지 모르게 부정적 이미지로 다가왔었다. 물욕이 많아지면 전부 채우지 못하니 불행해질 것 같고, 내안에서 점점 더 올라오지 못하게 눌러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삶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이용했다. 돈지랄이라는 소비행태를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행복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는 계획없는 소비는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중 특히나 물욕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치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떤거마냥 속시원해졌다. 작가님 말투도 편안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결국 제일 중요한건 내가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구매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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