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 - 주말만 기다리지 않는 삶을 위해
김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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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나의 공감과 관심을 확 이끌었던 이 책.

'평일도 인생이니까'

평일을 뿌듯하게 잘 살고 싶은데 직장이라는 때론 전쟁터 같은 이곳에서 하루를 지지고 볶다 보면, 퇴근 후 무엇을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이미 바닥나버린다. 퇴근 후 저녁 먹고 좀 쉬다 보면 또 잘 시간. 그리고 깨어나면 다음날 아침이 되고 졸린 눈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이렇게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보내고 주말이라는 이틀의 시간 동안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말은 왜 항상 순식간에 지나가는지, 평일에는 날씨가 맑더니 왜 주말에는 흐리고 비가 오는지 불평하고. 평일보다는 주말이라는 시간에 집중해있었고 주말만 더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일이 일주일 중에 5일이나 되는데 왜 주말만 기다리는 평일을 살게 될까?

평일은 그냥 직장에서 일만 하며 돈만 열심히 버는 시간인가?

계속 이런 마음으로 살다가는 내 인생의 7분의 5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들이 되진 않을까?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계속 인생을 살아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책을 만나게 돼서 반가웠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 현재를 완성된 삶을 위한 어떤 '단계'로 보는 한, 우리는 영영 미완성의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p.24

" 삶의 거창한 목표 같은 걸 세워 버리면, 목표는 과대평가하고 매일의 일상은 과소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p.25

이 책에서 작가는 최선을 덜하더라도 내가 정말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자고 말한다. 무언가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바쁘게 설정한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기만 한다면 정작 중요한 부분은 놓치게 되기 마련이다.

오늘,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을 나중, 성공한 그때만을 위해 희생하고 소홀히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소소한, 미처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무심하게 흘러가는 오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하루도, 그냥 평범한 하루들도 돌이켜보면 다 똑같은 하루가 아니고 아주 소중한 시간들인데. 왜 별다를 것 없는, 별 볼일 없는 하루라고 치부하고 소중히 여기지 못했을까. 나를 돌이켜보며 반성해보게 됐다.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에서 작가가 인용해온 문구처럼 평범한 하루의 일상에서도 인상적인 일들은 계속 일어난다. 하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길을 걷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를 만난 날, 가게 점원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들은 날, 어찌 보면 정말 평범한 일들이지만 작가는 그런 날들을 일기로 기록하며 하루의 인상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나도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다 보면 어제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여행을 갔거나 특별한 무엇을 한날은 기록하지 않아도 기억이 나지만 평범한 일상은 쉽게 잊혀진다. 특별한 날들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기억하기도 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날은 찍어올릴 사진도 없다. 이런 소중한 일상을 너무 홀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매년 스타** 다이어리는 열심히 모으면서 정작 일기는 한 번도 제대로 쓴 적 없었는데 당장 오늘부터라도 작가처럼 일기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목적지에만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인생을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으로 구분하고, 나머지 날들을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이라 치부하지 않는 것." -p.96

오랜만에 여행길에 나선 작가가 길을 나선 지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행지에 도착하지 못해서 이런저런 생각과 후회를 한다. 평일에 나올 걸 주말에 괜히 나왔나, 그냥 다시 돌아갈까, 그런데 하필 오늘 날씨는 왜 이 모양이야. 모든 게 후회스럽고 나오자고 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옆에 있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도 어딘가를 가게 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이동시간은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차에서 이동하는 버리는 시간. 작가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지만 너무 공감이 됐다.

" 괜찮아. 가는 길인데 뭐.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면 일부지.." 작가분 남편의 말 한마디는 작가에게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큰 깨달음을 준다. 목적지에만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여행지를 가는 길 위에서의 시간도 버리는 시간이 아닌 여행 중의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차창 밖의 지나가는 풍경들 또한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어려운 생각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을 해보기까지 쉽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작가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우리의 삶 속에서 그냥 스쳐가고 버려져가는 일상과 시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깊은 공감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 나는 지금 비 내리는 날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제일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온다는 사실에 울적해져 여행을 망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와 내가 너무 비슷한 점이 많아서 신기했고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p.197에서의 '비 내리는 날의 여행법'에서도 비가 온다는 사실에 울적해져 여행을 망치는 작가의 일화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같이 여행 간 식구들은 비가 옴에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즐기며 여행을 한다. 나도 여행 가기 며칠 전부터는 매일같이 일기예보를 본다. 비가 예보되어 있으면 여행을 가기 전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막상 갔는데 비가 안온 적도 있지만 예보와 맞게 비가 온다면 내 짜증은 더욱더 심해졌다. 그 좋은 여행지를 가서 날씨 때문에 모든 여행을 망치는 것이다. 작가도 그랬구나 하면서 위안도 삼아보지만 결국 바꿔야 할 나의 성격? 이기도 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내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비 내리는 날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보 같은 짓. 나도 앞으론 절대 하지 않아야지!

작가와 내가 비슷한 연령대여서 그런가, 작가와 내가 성향도 비슷한 부분들이 많은 거 같아 책을 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표현들로 혼자 소리 내서 웃기도 하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눈물도 나게 했다.

특히 작가 어머님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았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왜 받나. 그거 안받을라 하믄 안받제." 스트레스 받았다고 하소연하는 작가에게 어머님이 하신 말씀 ㅎㅎ 나도 모르게 자꾸 빵 터진 부분이다. 작가가 스트레스가 전화냐고 툴툴대면서도 램프의 요정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꾸 떠올랐다고 하는데 너무 웃겼다. 근데 나도 앞으로 떠오를 듯 ㅎㅎ 어머님은 이 책에서 작가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이면서도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시는듯하다.

작가 본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의 도중에 느끼고 깨달았던 내용들을 친근한 어투로 이야기해줘서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위로를 받았고 뜨거운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오늘 하루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유 있지만 그렇다고 나태하지 않는 삶. 노력은 조금 덜했지만 더 만족할 수 있는 삶. 몇십 년 뒤 목표된 나의 모습만을 기대하고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걸어가며 하루하루를 즐기는 삶. 이런 삶을 작가가 원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매시간이 소중해졌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도 버리는 시간이라고 조바심 내지 않고 내가 즐기고 만족하는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Today is better than tommorrow. -p.102 본문중에서> 와 같이 내일을 기다리는 대신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평범한 인생이라고 인생이 아닌 게 아니듯이 평범한 하루도 더욱더 소중히 여기는 내가 되어야지!

그리고 하루하루 일기를 꼭 써야지! 다짐해본다.

그 누구나 읽어도 공감할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한 에세이다. 자기 계발서가 아닌 일상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런 뜨거운 공감과 깨달음은 처음인 것 같다. 특히 오늘 하루도 돌이켜볼 새 없는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 보통의 하루하루가 평범하고 재미없고 의미 없게 느껴지는 사람들, 과정보다는 목표만 중요시하는 사람,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 밤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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