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충만해지는 삶의 필사 시간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필사책 한 권을 갖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애써 찾지 않아도 많이들 좋다고 하는 글귀들을 따라 쓰며 지적 허영심을 채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는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은 단순하게 예쁜 문장을 모아둔 필사집이 아니었다.

이 책은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와 그 안에 깃든 고민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사유의 책이었다.

처음에는 기대한 필사집이 아니라는 점에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몇 장 넘겨보기도 전에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작가의 글들이 너무 다정하게, 조용하게, 내 맘속에 스며들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책을 읽고 내용을 작성하며 여러 번 마음이 울컥했다.

내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했고, 내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기분이었고,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글을 필사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옮겨 적는 책이다. 곁에 두고 하나씩 소중하게 적어 가면 된다.

내용도 좋지만, 차분한 표지와 오래된 노트 같은 제본이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 질문들은 아주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다.

라디오 오프닝 멘트처럼 내용들이 부드럽게 넘어가 내 맘 한구석을 두드리는 것만 같다. 역시나 라디오 작가!

어느새 한 문장, 한 문장에 이끌려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괜찮아~못하면 어때. 그냥 너 그대로 받아들여줘. 세상 소중한 너니까!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나에게 내개 가장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

지난 1년 동안, 나는 가족들과 여행할 때 가장 즐거웠어요.

어디를 갈지, 무얼 먹을지, 어디서 잘지 고민할 때도 웃음이 낫고, 아이들의 장난도 가볍게 웃어 넘기고, 먹는 음식들에 감사했어요.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나요? 그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시간, 나로 가득 찬 순간을 만나게 되는 책.

많은 분이 펼쳐보고 싶은 페이지를 펴고 마음속에 있는 나의 이야기를 적어 가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고(故) 김진영 철학자가 왜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난 뒤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지 이제 저는 온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내 삶을 왜 기록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먼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내 삶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나의 마음과 사유가 담긴 이야기는 그것이 한 줄의 일기라고 해도, 작고 사소한 메모일지라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젠가 가장 큰 선물로 남는다고. 그래서 오늘도 저는 당신께 권합니다. 바로 지금 (나이가 많건 적건, 죽음이 멀리 있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를,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써나가기를. 내 삶을 쓴다는 것은 언젠가 사라질 인간의 숙명을 극복하며 생의 의미를 찾는 일. 각자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묻히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하나의 의미로 남아 영원하기를 저는 소망합니다.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p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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