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계약이다 -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위하여
박수빈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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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들려주는, 법의 프리즘으로 보는 성공적인 연애방법
연애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연애도 계약이다. 박수빈. 창비.

 이 책을 읽으며, 법을 전공한 사람의 연애는 역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나. 이러며 웃었다. 정말이지. 딱 내 연애를 보는 기분이어서.
 
상호 합의 하의 계약 관계이므로, 상대를 구속하지는 않았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인 성격이다보니 남자친구를 구속할 생각조차 없었고(옷 벗고 같이 뒹굴지 않는 한은 여간한 건 넘어갈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이다보니 구속받는 것도 질색이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느냐. 이런 마음가짐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요구했다. 오히려 남자친구의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이러는 태도가 짜증이 났었다. 아니. 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오죽하면. 내가 문제가 아닌 건 내게 들고 오지 말라고까지 했을까.
 언제든지 말 한 마디로 헤어질 수 있는 관계이므로 돈 관리도 철저하게 했었다. 커플통장 만들고 계약서도 쓰고.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데, 돈 관리 미숙하면, 헤어지고 또 얼굴 봐야 하는 우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가끔 남자친구가 날 보며 ‘저건 뭘까’ 이런 얼굴 했던 게 이해가 간다.

 창비에서 진행한 가제본 이벤트. 가벼운 내용이겠지, 이러며 부담 없이 집어들다, 내가 지금 연애에 대해 읽고 있는지, 채권 계약에 대한 가벼운 교양서를 읽고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간만에 대학 시절이 떠올라 나쁘지는 않았다.
 연애 외에도, 유사 연애(정확히는 연애처럼 보이지만 범죄에 가까운) 스토커나 데이트 폭력 등에 대한 부분도 좋았다.

 연애가 환상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동의한다. 환상만으로 연애를 하면 언젠가는 깨질 수 밖에 없다. 첫 연애와 달리 지금 연애가 오래 갔던 건, 환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환상이 없기에 상대방에게 바라는 건 바로 요구하고 상대방이 바라는 건 가능한 한도에서 맞추어주려고 했기에(아마도) 아마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으리라.
 다만. 그래도 읽다보면, 연애를 빙자해서 계약법을 소개하려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제목만 보면 어떻게 연애를 해야 나도 지키고 상대도 지킬 수 있을까, 이런 내용이 나올 것 같은데. 신의성실의 원리라든지, 물권법과 채권법의 차이라든지.
 물론. 법을 아는 사람이라든지 법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연애와 계약법을 엮은 이 내용을 즐겁게 읽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애를 다루는 책에 바라는 건, 보통은 좀 더 말랑말랑하며 부드러운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의 연속이었다.
 의외성을 노렸다면, 이 역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쓰려고 노력한 책이지만, 전문용어가 난무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난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고등학교 법과 사회 교과서 수준이니(잠깐 지금도 이 과목 있나) 그렇게 어렵진 않을 터.
 부디 이 책을 통해, 연애 관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좀 더 현실적인 연애를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당신의 연애가 더는 상처만 받는 관계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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