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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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회사. 그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다
회사에도 민주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한겨례출판사.


 한겨레 포스트에서 보고 신청했던 책. 의외로 당첨되었다. 와아.


 1월 2일 시무식. 사장님은 평등한 회사를 강조하시며, 사장실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사장실에 들러 속 깊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사원들은 사장실 문이 닫혀 있는 걸 더 바랄 것이라고.


 계급이 엄연히 살아있고, 그 계급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데. 그리고 그 계급을 지닌 자가 어떤 권력을 쥐고 있는지 전원이 아는 입장에서, 사장님이 아무리 사원과 친해지고 싶어한들, 그게 말처럼 쉽게 될까.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선언한들, 오히려 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쥐와 사이좋게 논다고 한들. 그렇다고 고양이가 고양이가 아닌 건 아니지 않나. 쥐로서는 그 친절한 고양이보다 오히려 쥐를 잡아먹는 평범한 고양이 쪽이 더 취향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결국 바라는 건, 평등한 회사다. 책임자는 필요하겠지만, 일 외에서는 평등한. 부하직원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여자라고 차별받지 않고.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그런 회사.
 이상은 좋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오해는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평등한 회사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회사 월급은 쥐꼬리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회사 분위기 자체는 상당히 괜찮다. 출퇴근 자유롭고, 연가 자유롭고. 계급으로 갑질하는 사람도 그다지 없고(일단 내가 겪은 한도 내에서는 없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주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퇴근 후에는 특별한 일 없으면 연락하지 않고, 사람의 ‘인격’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일에 한정한 매우 비즈니스적인 관계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가식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매우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취향이다.

 현재 부장 자리에 오른 여자는 거의 없지만, 과장인 여자는 꽤 있기 때문에 10년 정도 지나면 부장에 오른 여자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육아휴직을 6년 동안 쓰고 돌아오신 무시무시한 분들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차별하지도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온화한 편이다. 참고로 남자도 육아휴직 쓴다. 그런 쪽에서는 매우 자유롭다.


 다만. 업무에서의 계급이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아주 해체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은연중에 벽을 만들고 있는 건 사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그걸 완전히 없애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다.
 애초에 우리 말 구조가, 상하 관계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말이야 전원 높임말 쓰면 된다지만(참고로 우리 회사, 사장님도 평직원에게 말 높인다) 호칭은 어떻게 할 건가. 대학교에서 같은 학생끼리 ‘씨’라고 말한다고 버릇없다고 말하는 우리나라에서, 직원들끼리 ‘님’이라고 해본들. 씨나 님이나. 그렇다고 외국어 이름 붙이는 건 좀 웃기지 않나. 아니 호칭에서 평등을 유도하고 싶으면, 일단 우리말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을 해보라고. 버럭.

 


 결론은. 이 책에서 지적하는 계급의 문제. 성별의 문제. 군대 문화가 회사에까지 전파되어 생긴 여러 문제들을 고찰하고, 그럼에도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몇몇 회사의 예시를 본 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평등한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된다.
 어째 정작 중요한 책 이야기는 말미에 잠깐 하다 말고, 내 이야기만 늘어놓은 느낌이지만. 데헷.


 참고로 매우 한겨레다운 책. 고로 한겨레가 취향이 아닌 사람은 읽지 않는 걸 추천한다. 아니. 사실 취향이 아닐수록 더더욱 읽으며 왜 이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기벽은 내 기벽으로 두는 걸로. 땅땅.
 그리고 회사 내 민주주의가 과연 가능할지는 이래저래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당신이라면, 일단 상대방에게 말을 높이는 것부터.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부터 시작해보기 바란다. 그렇게 하나둘씩 시작하면, 어느덧 회사 민주주의도 정착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좋은 덧. 남편 회사에서 저자 강연회를 하는 모양이다. 저자는 회사 출강도 종종 하는 모양이니 흥미있으면 한 번 회사에 요청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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