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이름은 엄마?
김진빈 지음 / 다독임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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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향한 딸의 끝없는 마음을 고백하다.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싶은 20대 여자를 위한 책

 

 

우리 엄마의 이름은 엄마? 김진빈. 다독임북스.

 간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니, 다독임북스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이 책 한 번 읽어보실래요? 기본적으로 책 선물은 절대 사양하지 않는 터라, 기쁘게 수락했다.
  장애인 형제를 둔 비장애인 아이는, 크게 두 가지 성향을 띈다. 동생을 헌신적으로 돌보든지, 아니면 동생을 증오하며 비뚤어지든지. 나는 후자였다. 동생을 증오했다. 죽어주었으면 몇 번이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런 나를 혐오했다.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10대였다.

 동생은 동생, 나는 나. 동생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부모님도 내게 그런 걸 바라지 않았다. 형제라는 이유로, 장애인 형제에 대해 책임을 칠 필요는 없다. 어머니는 그 점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했다. 다만 내 옆에 있어주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있어줄 수 없었다.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열쇠를 들고 외출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그 점에 대해 이상하다거나 그런 마음도 품지 않았다. 아마 나는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이미 25년도 더 된 일. 그때의 열쇠를 들고 다니던 5살 소녀에 대해, 나는 이제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어머니는 매우 담백하다. 타인이 보면 ‘매정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쪽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속으로는 곪아터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게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냥 상황이 이러니,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을 뿐.
 그리고 내겐 그걸로 충분했다. 동생이 아프다. 어머니는 책임져야 한다. 내게까지 여력을 돌릴 여유가 없다. 그러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자. 어머니의 빈자리는 컸지만, 그 자리를 질척거리는 감정으로 채우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 그뿐이었다.

 내 이야기를 길게 한 건, 나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어머니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느끼는 뜨거운 감정도. 당연히 어머니는 ‘나만의 어머니’라고 믿는 그 순수함도. 있어 주지 않는 어머니를 원망하며, 그러면서도 있어주기를 바라는 한결 같은 애정도. 내게는 없었다.
 아니. 어머니가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와 나는 사이가 매우 나쁘니만큼, 당연히 어머니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며 내게 하소연을 했더니, 나는 그때 아버지 편을 들더라고. 무슨 애가 그렇게 매정하냐고. 누구 닮았는데. 그렇게 말하려다 말았다. 여기에서라도 말해두자. 나 매정한 건 엄마 닮았어.

 이해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신선한 기분으로 읽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나가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굳이 공감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이런 생각도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데, 표지가 꽤 독특하다. 특히 질감. 표지의 볼록한 부분을 만지면 오돌토돌한 감촉이 느껴지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예쁜 책.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선물용으로도 괜찮은 듯하다.
 어머니에 대한 딸의 마음을 되새겨 볼 수 있다면 좋을 책. 저자의 나이가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많아도 30대 초반일듯. 고로 20대 초중반이 읽으면 특히 공감하며 읽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전화 한 통 걸어보면 좋지 않을까.
 부디 읽는 내내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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