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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2 -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ㅣ 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10월
평점 :

그리스인 이야기2. 시오노 나나미. 살림출판사.
살림출판사 서포터스 일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페리클레스. 아테네 민주주의의 황금기를 펼쳤으나, 실상은 1인 독재를 30년이나 유지했던 천재 정치가. 그가 한참 집권하던 당시, 신생 로마에서는 3명의 사절이 찾아와 아테네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테네와 다른 길을 택했다.
또 하나의 패권 국가를 이룩할 만큼의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가였기에, 당시 아테네의 허와 실을 그 누구보다 명철하게 꿰뚫었는지도 모른다. 로마인 이야기1을 읽은 건 이미 10년도 더 전의 일임에도,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 부분.
다만. 이 책에서 정말 와닿았던 건 페리클레스도, 그리고 당시 스파르타를 이끌었던 왕의 이야기도 아니다. 날 정말 사로잡았던 건, 뜬금없지만 소크라테스의 매우 아름다운 제자. 알키비아데스다. 아테네의 정치가였으나 스파르타로 넘어가버린, 결국은 아테나의 멸망을 불러들인 것도 모자라 그토록 사랑했던 스승까지 죽음으로 내몰아버린, 풍운아.
플라톤의 향연에서 슬쩍 정체를 드러냈던 알키비아데스를, 시오노 나나미의 글로 다시 읽는 건 각별했다. 역사가답지 않다. 그렇게 평가를 받는 시오노 나나미이기에, 그녀의 필체가 그려내는 알키비아데스는 더더욱 살아있는 듯했다.
계획을 세우는 걸 싫어한다.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몇 번 스트레스를 받고 나면 이 생각이 든다. 한 번 사는 인생. 최고까지 올라가는 것도 물론 의미 있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치 있는 건, 나답게 사는 삶 아닐까. 대충 사는 지금이 나다운 삶인지는 조금 의문이 들지만.
알키비아데스의 파격적인 삶 역시, 그 맥락에 닿아있지 않을까. 알키비아데스가 원했던 구상은 전부 실패했다. 그것이 알키비아데스의 부족함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렇게 몰아갔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다만. 알키비아데스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쳐버린 게 아닐까. 스승의 ‘자제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잊지는 않았겠지만, 한 번 밖에 없는 삶, 나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어쩐지 이해할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그의 삶도.
페이트 제로. 프리컬이기에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 그렇기에 그들의 도전하는 이야기는 서글펐다. 그 끝이 종말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최선을 다해 날갯짓하는 가련한 이들을 보는 건 괴로웠다. 역사책도 같은 맥락에서 싫어한다. 그들의 끝을 아는 상황에서, 그들이 허무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 서글프다. 그래서 역사는 읽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아무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연표 한 줄로 정리하고 잊어버리는 게 편하다.
그럼에도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재미있었다. 생생한 필체로 움직이는 그들은 어쩐지 살아있는 것도 같아서. 한 편으로는 아쉬워하고 한 편으로는 응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결론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몰입했다.
역사로 읽는 건 말리고 싶다. 시오노 나나미 본인의 개입이 꽤 많다. 정확하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주는 그리스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고 읽는다면 즐길 수 있다. 아테나의 황금기와 멸망까지, 당신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즐겁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