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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ㅣ 그리스인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주는, 페르시아를 꺾은 그리스인의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 그리스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좋을 책.

그리스인 이야기1. 시오노 나나미. 살림출판사
이 글은 살림출판사 서포터스 활동 일환으로 쓰였습니다.
서포터스 여러분. 추가 도서도 서평 쓰셔야 해요. 이 메일을 보고 당황했다. 네? 뭐라고요? 받고 30일 이내? 그리스인 이야기 1, 2, 3권 다 모아서 한 번에 읽으려고 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지.
당황에서 부랴부랴 그리스인 이야기1을 쥐어 들었다. 총, 균, 쇠를 다 읽은 뒤에. 두꺼운 책에 부담되어, 책을 제대로 넘기는 것조차 힘들리라 생각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총, 균, 쇠가 워낙에 부담스러웠던 터라, 이 책 정도는 매우 가볍게 읽어낼 수 있었다.
다, 다행이겠지.
로마인 이야기.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에 매료되어, 다른 책도 몇 권 찾아보았을 정도.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책에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듯하다. 정확하지 않다. 팬심이 강한 책을 쓴다. 독재에 옹호적이다. 등등등.
뭐, 어떤가. 어차피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시오노 나나미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다루는 글이지, 정확한 역사에 대해 다루는 글은 아니다. 그리고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이 사람의 필력은 대단하지 않나. 읽는 재미도 있다. 정확한 역사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생각하는 당시 인물이 알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럭저럭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애초에 책은 타인의 평가에 따라 읽는 게 아니라, 내 평가에 따라 읽는 것이다. 내가 즐거우면 된 거지. 타인의 평가 따위. 타인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리스의 시작부터 페르시아 전쟁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스의 최고 전성기를 끌고 갔던 페리클레스 바로 직전까지의 이야기. 그리스의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아주 안 다루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은 역시 아테네와 스파르타.
어떻게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정치 체제가 잡혀 가는지, 그리고 왜 페르시아가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집요하게 노렸는지.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간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두 영웅이 어떻게 허무하게 스러져 가는지. 이 부분을 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300’부터 시작해서 정말 다양한 매체에 심심하면 나오던, 스파르타 군인들이 화려하게 산화되어 가는 모습을 그녀의 필체로 다시 확인하는 부분이 좋았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풀메탈패닉의 외전 중 하나인 동그란 테르모필레를 매우 재미있게 읽은 터라. 그보다 이제 풀메탈패닉, 기억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려나.
스파르타의 정치 체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완고한 원리원칙주의자에 대한 그녀의 차가운 논평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불편할 수 있겠다. 특별한 한 명을 지나치게 영웅시하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다. 이 책 역시, 영웅주의에 대한 책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비판하는 태도로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책의 내용을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취사선택하며 책을 읽는 것은 사실 매우 바람직한 독서 방법이다.
다만. 비판하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순수하게 그녀의 책을 즐기되,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 비판하는 식으로. 즐기기 위한 독서니만큼, 즐거울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