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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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 고민하는 여자들이 만나 자신의 해결책을 찾아 나가다.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의 신작.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책

 

 

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살림 출판사.

 저번 달부터 서포터스들을 두근거리게 만든 살림 출판사의 회심작. 멀리 갈 수 있는 배. 심지어 PDF 파일까지 공유해 줄 정도였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신작에는 큰 흥미가 없는 나까지 혹해 버릴 정도.
 대체 얼마나 대단하면 서포터스에게까지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지 호기심이 팍팍 생겼다. 그리하여 PDF 파일은 아쉽지만 포기하고, 책 발송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책이 발송 안 되면 모를까, 책이 발송되는 이상, 책을 손에 쥔 채 뒷 내용을 궁금해하며 읽어 내려가는 즐거움은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하 스포일러 있을지도 모릅니다.

섹스가 고통스러운 리호. 왜 섹스가 고통스러운지 고민하던 끝에, 리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자신의 성 정체성은 여자가 아닌 남자가 아닐까. 혹은 성 정체성 자체가 없는 게 아닐까.
 이 고민에 빠진 리호는 결국 남장 도구를 착용한 뒤 독서실로 향한다. 독서실에서 남자로서 지내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진지하게 파헤쳐 볼 생각으로. 그 독서실에서 리호는 자신을 ‘인간’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치카코와 자신의 여성성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츠바키와 만나게 된다.
 여자로서의 자신을 인정할 수 없고, 남자로서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어느 쪽도 속하지 못하는 리호를, 같은 부외자인 치카코는 따스한 시선으로 대해 준다. 하지만 리호의 고민을 어리광이라고만 생각하는 츠바키는 리호에게 냉정하게 대하고, 리호는 그런 츠바키와 육체적으로 얽매이게 된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은 독서실. 그것도 밤의 독서실이다. 특히 셋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 독서실 옥상이 주된 배경. 별이 드문드문 있는 밤의 옥상을 형상화한 표지는 이 점에서 책 배경과 매우 잘 어울린다.
 덧붙이자면 책 내용과도. 띠지 추천사에서 백영옥은 “밤에만 보이고 밤에만 들리는 낮고 어두운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한다. 한 인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낮에는 고민하는 것조차 저어되는 고민. 그 어두운 고민과 밤 배경은 매우 잘 어울리는 동시에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고민하고 싶지 않으려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책 주제 자체도 어렵고 책 내용도 전반적으로 무겁다. 이번 주말 내내 슬럼프에 빠진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후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 책장을 힘겹게 넘겼다.
 누가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현재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가장 크게 와닿지 않을까 조심스레 의견을 드러내 본다. 나만 고민하는 건 아니구나. 누군가도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있구나. 함부로 드러낼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가볍게 치부하진 않구나. 그렇게라도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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